정부와 한국은행이 한날 한시에 공동으로 환율대책을 발표한 것은 외환위기 때도 없던 유례없는 조치다. 외환당국이 느끼는 위기감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왜 나섰나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는 무엇보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5월 각각 20%와 40%대(전년동기 대비)를 기록한 생산자ㆍ수입물가 상승세는 6월 소비자물가 5.5% 상승으로 이어졌다. 자칫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금리인상 카드를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로 수입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사실상 정부의 유일한 대책이기도 하다. 민간연구소 한 임원은 “특히 물가는 다른 경제지표와 달리 국민 전체에 체감도가 큰 정치적 변수이기도 하다”고 발표배경을 분석했다.
사실 정부는 5월말부터 잦은 구두개입과 달러 매도개입을 통해 환율안정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외환시장이 정부의 개입에도 아랑곳 않고 ‘달러 사자세’(환율 상승요인)를 지속하자 한 발 더 나간 셈이다. 청와대ㆍ한국은행이 동시에 외환보유고를 쓰겠다고 선명하게 밝힘으로써 이날 당국이 지적했듯 “상승쪽으로만 쏠려있는”시장에 ‘결코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확실한 시그널을 주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뜻대로 될까
첫날 효과는 확실했다. 지난 주말 급등세로 마친 원ㆍ달러 환율은 7일 7.5원이나 떨어졌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한은과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그동안 정부의 환율안정 역량을 경시하던 시장에 확실한 힘을 보여준 듯 하다”며 “최소 1,2주 정도는 영향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단기적인 약발’ 이후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정유사의 달러 결제수요, 경상수지 적자 누적, 외국인의 주식매도자금 이탈 등 달러 강세(환율 상승) 요인으로만 가득찬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날 당국의 대책처럼 쏠림 심리만 걷어낸다고 쉽게 해결될 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원은 “이번 대책의 중장기적인 약발은 향후 당국이 실제로 어떤 대응책을 어느 정도 강도로 쓰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화끈하게’ 풀거나 이날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이 “외환보유액을 축내지 않고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듯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전례없는 당국의 ‘속내 천명’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인상을 줘 자칫 환율조작국 같은 오해를 사거나 투자금 회수를 고민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를 부추길 염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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