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경제상황이 신용평가기관의 용어로는 ‘아직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촛불시위 사태’로 촉발된 한국의 정치ㆍ사회적 불안으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정부의 기능과 정책방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내부의 혼란이 진정되지 않으면 정말 위기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주최한 ‘2008년 한국경제 전망’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타카히라 오가와(사진) S&P 아태지역 국가ㆍ공공기관 신용평가 본부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당시 밝혔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4.3%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경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새정부가 언제 자신들의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느냐에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오가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평가해달라. 1998년 외환위기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한국경제가 고물가와 저 성장으로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경제위기가 도래했다고는 볼 수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불황(리세션)이라고도 보기 힘들다. 리세션은 이전 4분기 대비 ‘역(逆) 성장’이 2번 이상 일어난 상황을 일컫는다. 따라서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을 98년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4.3%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보다 낮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여전히 안정적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키로 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앞서 말한 안정성과 반대로, 한국은 북한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위험과 기업ㆍ금융 분야의 불안정성 등 부정적 요인이 상존한다. 최근 개선 기미를 보이는 북핵 관련 진척사항은 아직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았다. 지연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분기 이후 단기외채가 아닌 장기외채가 급증하는 흐름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신용등급은 공공ㆍ금융ㆍ기업 및 노동분야에서의 전반적 구조개혁 진행과정에 달려 있다고 본다.”
-현재 한국경제를 위기 보다는 ‘난국(turmoil)’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
“고유가와 신용경색 등 아시아 경제가 모두 겪는 어려움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지만 S&P는 한국경제를 아직은 공식적으로‘난국’이라고 평가하지 않고 있다. 평가기관으로서 향후 6개월 내에 벌어질‘만약의 상황’을 가정해 평가할 수는 없다. 최근 부각중인 제조업 성장세 둔화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대내ㆍ외적인 악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점과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나 MB정부에에 모두 돌리기는 사실 어렵다. 경제활동은 계속되는 것이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감은 대부분 이전 과거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 일례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정책과 같이 방향이 잘못된 경제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유가상승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경제의 둔화 등과 같은 외부요인들도 한국경제에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정치ㆍ사회적인 갈등구조의 원인으로 빚어지고 있는 모든 정책의‘교착상태’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경제의 단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MB정부가 과연 언제, 어떻게 그들 당초의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국정부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급하게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
“한국 정부의 현재 입장에서는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외부의 악재들은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주 밖의 것이다. 단기간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우선,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사태’로 얽혀있는 국내 내부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이 같은 정치ㆍ사회적으로 조성된 위기감이 진정되지 않고서는 봉착한 정부의 정책기능을 되살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정부는 지출을 늘리고 경제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한 규제완화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출을 늘리는 방식의 선택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 그 여파와 중장기적인 관점까지 고려해야 될 것이다.”
장학만 기자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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