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인사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유임되고 최중경 1차관이 경질된 7일 경제팀 인사 결과를 두고 정부 안팎의 평가는 한 마디로 '납득이 되지않는다'는 반응들이다.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장관이 져야 하고, 책임이 없다면 둘 다 유임되는 것이 상식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수주 전부터 깊숙한 의사결정라인을 통해 이런 기류는 감지됐었다. "경제팀 내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최 차관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최 차관의 경질 사유는 고환율 정책의 실패다. 경제팀이 온갖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 외에는 마땅히 구체적인 정책 실패는 없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최틀러'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최 차관은 환율에 관한 한 초강성주의자다. 2003년 4월부터 2년간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있으면서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파생거래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입은 장본인. 새 정부 들어 환율 정책을 총괄하는 1차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후에도 소신은 변하지 않았다. 900원대 초중반의 환율이 1,050원 선까지 치솟는 데는 그의 고환율 정책이 한 몫을 톡톡히 했고, 그것이 결국 불과 4개월만에 옷을 벗는 빌미가 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지금 경제의 어려움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 만큼 국정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다만 실무적으로 환율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환율 최종 책임자인 차관을 경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정책 실패에 대해 장관이 아닌 차관이 책임을 진다는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더구나 환율 정책에 관한 한, 강 장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외환시장에서 두 사람을 '최-강 라인'이라고 지칭한 것도 강 장관이 취임 초기 고환율 지지 발언을 지속한 때문이었다.
결국,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대통령의 강 장관 구하기'다. 야권 등에서 경제팀 교체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장관은 살려야 겠고, 누군가는 희생양이 돼야 하는 고육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과 강 장관의 관계는 로펌으로 치면 파트너십, 기업으로 치면 일정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핵심 임원의 관계"라며 "강 장관은 대통령이 대권에 뜻을 둔 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해 온 만큼 상당한 부채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최 차관을 경질했다는 말이다.
강 장관은 이번 재신임으로 다시 한번 경제팀 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온전히 대통령의 뜻이라 해도, 강 장관 역시 상당 기간 마음의 빚을 안고 가야 할 듯하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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