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갇혀 있던 아이, 놀이터를 방방 뛰어다닌다. 엄마는 책을 본다. 아이가 많이 커줘서 책이라도 보고 있는 것이다. 서너 살 때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느라 신경만 날카로웠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한 여인이 다가온다. 몇 마디 들어보니 학습지판매원이다. 엄마는 냉큼 못 마땅한 표시를 한다. “관심 없거든요!” 여인은 더욱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릴 틈도 없이,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여인의 말은 예의 발랐지만, ‘이 조기교육시대에 일곱 살이나 되는 애를 놀이터에서 대책 없이 놀리고 있는 엄마가 제 정신이냐, 당신 같은 대책 없는 엄마를 위해 이렇게 좋은 학습지가 있다’라는 것처럼 들렸다. 엄마는 필요 없다고, 내 식대로 알아서 조기교육할 거라고, 학습지 몇 번 해봤는데 도움 안 되더라고, 제발 귀찮게 하지 말라고, 연신 짜증을 낸다. 그러나 여인 또한 생계를 건 판촉행위여서 쉽사리 물러설 수가 없다.
여인은 그날 백 호도 넘는 아파트의 초인종을 눌렀고, 열 곳도 넘는 놀이터에서 수십 명의 엄마를 만났지만, 아직 한 건의 건수도 올리지 못했다. 팔고야 말겠다는 여인, 절대 살 수 없는 여인, 점점 언성이 높아진다. 아이가 달려와서 겁먹은 얼굴로 묻는다. “엄마, 왜 싸워?”
소설가 김종광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