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불과 4주일 후(8월 5, 6일)에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앞선 전초전 성격의 자리였다. 어차피 다음달에 각종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기에 양 정상은 이날 회동 내내 별다른 이견 없이 그간의 현안에 대해 원칙적 입장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때문에 회담 시간도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의 훨씬 못 미치는 40분 간 이뤄졌다. 양자 간 인사와 통역시간을 빼면 실질적 대화는 몇 마디 오가지 않은 셈이다.
다만 부시 대통령이 주요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서 다른 정상들에게 이 대통령을 직접 소개하는 등 대외적으로 친밀감을 과시한 데 이어 10여개국의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양국 정상들이 별도로 시간을 내서 회담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맹국 간 신뢰를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미국 비자 면제 등 3대 현안에 대해 양 정상이 많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됐기 때문에 회담이 일찍 끝났다”면서 “더구나 이날 G8 회의 하기 전과 오찬 직전 이미 두 차례 양 정상이 만나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회담 시간이 짧아졌다”고 말했다.
예정된 시간을 줄여 서둘러 회담을 마쳤다는 데 대해 미국 측의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청와대 측은 양 정상의 대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된 데 따른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약식 성격의 회담에서 양 정상은 3대 현안을 중간 점검하면서 조속한 해결에 공동 노력키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 양 정상은 한미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 한국민들의 신뢰가 제고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부시 대통령의 답방을 앞둔 분위기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 대통령을 만나자 마자 “이 대통령이 오랫동안 교회에서 주차안내 봉사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했다”면서 “인생이라는 게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고 의도한 대로 쉽게 되지 않는 법이지만 이 대통령이 임기 초에 겪은 어려움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덕담을 건넸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LPGA US오픈 골프대회에서 박인비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봤는데 한국 여자 선수들이 너무 우승을 독차지 하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는 등 회담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4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과 8월 부시 대통령 답방 사이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 회담이었다”면서 “현안들에 대한 세부적 합의는 부시 대통령의 답방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야코=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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