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장 서서 국내 휴대폰 산업을 세계 1위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8일 이동통신 전략협의회를 열고 2012년까지 연간 6억대의 휴대폰 생산을 통해 수출액을 700억달러로 늘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 ‘이동통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1분기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4.3%로 1위인 핀란드의 노키아(39.6%)와 5.3%포인트 차이가 난다. 지난해 기준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연간 생산량은 2억5,000만대에 수출액은 290억달러다.
지경부는 현재 국내 휴대폰 산업이 세계 2위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력 격차, 휴대폰 업체 주도의 일방형 발전, 지나친 시장 의존성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갖고 있는 부품 개발기술 등을 중소기업으로 확산ㆍ이전해 중소기업의 부품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해외 업체들이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통해 협력 업체들과 동반 성장하는 점을 국내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휴대폰의 국산 부품 사용률을 80%대로 높이고, 정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유한 이동통신분야 특허를 중소기업에 이전해 상용화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경부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3년간 600억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계 시장개척을 위해 글로벌 마케팅 역량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을 해외에서 채택하도록 정부차원의 지원 활동을 늘려 2012년까지 와이브로와 DMB 채택 국가를 현재 6개국에서 2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휴대폰 등 이동통신이 정보기술(IT) 융합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정부 전략대로 이뤄지면 2012년께 관련 산업이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6.9%에서 9%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동통신 분야 표준화위원회를 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새로 설치하고 민ㆍ관ㆍ연이 참여하는 ‘이동통신 전략 협의회’를 만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프로젝트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정부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전에 업계와 충분히 협의를 하지 않고 내놓은 전략”이라며 “시장상황을 무시하고 강제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휴대폰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노키아는 2분기에 시장 점유율이 41%로 올라갈 전망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6.4%, LG전자는 9.7%로 양 사 합쳐 26.1%로 1분기보다 다소 상승한다.
이 같은 상승세만으로는 세계 1위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1위로 올라서려면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이 지금보다 6% 이상 줄어들고 한국 업체들은 4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해야 한다”며 “세계시장이 포화 상황인 점과 노키아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부품 국산화율 확대,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에 대해서는 업계도 긍정적이다. 특히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면 기술사용료(로열티)가 줄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업계가 모두 공감하는 과제인 만큼 긍정적인 성과물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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