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 전역이 현지판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으로 들썩이고 있다.
알레한드로 톨레도 전 대통령이 재임 동안 ‘불미스런’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과 억측이 무성했던 전직 경찰 바르달레즈 카스티요가 7개월 동안의 도피생활 끝에 최근 검거됐다.
올해 26살로 여배우 못지않은 미모를 가진 그는 지난해 법정 출두를 하지 않고 잠적, 그간 ‘레이디 바르달레즈’로 불리며 현지 언론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바르달레즈는 젊은 나이지만 경찰관을 거쳐 대통령 영부인 경호원, 모델, 타블로이드 신문의 스타, 수배범에 이르는 굴곡진 삶을 벌써 살았다.
그는 톨레도 전 대통령의 ‘숨겨둔 애인’이란 루머 속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호화판 생활을 가능케 한 돈의 출처에 관해 국회와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국회조사단은 톨레도 전 대통령이 공금을 유용해 바르달레즈에게 빼돌린 것에 무게를 두고 조사했다.
법원도 바르달레즈가 2005년 553달러 월급으로는 4만7,000달러의 농장과 붉은색 일제 혼다 어코드 자가용을 소유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유죄판결을 내리려 할 즈음 그는 재판정에 나오지 않고 모습을 감췄다.
이후 대중매체들은 바르달레즈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섹스 스캔들’을 일으켰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비교해 톨레도 전 대통령과의 추문설을 연일 대서특필해 왔다.
언론들은 톨레도 전 대통령이 2006년 임기만료 전까지 바르달레즈와 연인관계를 유지하면서 그에게 적지 않은 금품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서 바르달레즈와 톨레도 전 대통령은 이구동성으로 완강히 부인해 왔다.
바르달레즈는 농장의 경우 작고한 할머니에게서 받은 유산이며, 지니고 있던 상당액의 현금도 이스라엘 사업가인 옛 남자친구가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르달레즈의 주장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증인들이 이미 죽거나 페루에 없다는 점에서 톨레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은폐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언론들이 관측이다.
바르달레즈가 잠적한 이래 경찰은 그를 추적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파파라치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난 1월 그가 해변 휴양지 만코라에 야구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는 등 영화배우처럼 치장하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법망을 피해 도피 중이던 바르달레즈는 또 하늘하늘한 진홍색 드레스를 입고 패션쇼 무대에 등장하는가 하면 권총을 허리에 차고 검은색 배꼽티 차림으로 잡지 표지모델로 나타났다.
보다 못한 법원이 바르달레즈의 즉각 체포를 명령하자 리마의 유력 일간지 페루21은 레이스 달린 미니 드레스를 입고 찍은 그의 사진과 함께 ‘수배범’이란 제목을 달아 1면 머리에 게재하기까지 했다.
이러는 사이 바르달레즈는 페루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유명인사로 부각됐다.
바르달레즈는 2005년 처음 톨레도 대통령과 관련해 의심을 샀다. 당시 여성의원이던 세실리아 타테는 야당이 톨레도 전 대통령을 파멸시킬 속셈으로 바드달레즈가 대통령의 ‘르윈스키’라고 의도적으로 몰고가려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페루21의 정치 칼럼니스트 호르헤 브루체도 “바르달레즈 사건이 실제로 톨레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이들에 의해 조작된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진실이야 어떻든 바르달레즈는 지난 2일 부모 집에서 가까운 해안 도시 피멘텔의 친척집을 급습한 경찰 6명에 붙잡혀 도피극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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