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시장 불균형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 개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실상 외환시장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한은까지 가세해 외환보유액 동원 등 패까지 미리 보여주는 단호한 공세를 편 덕분에 어제 환율은 7.50원 떨어졌다.
일단 약발은 먹힌 셈인데, 정책 타이밍과 효과의 지속성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아무리 사정이 급하다 해도, 이런 식의 투박하고 과도한 처방엔 큰 후유증과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정부가 어제 실토했듯이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을 넘나들자 물가 영향을 우려해 수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해왔다. 이 과정에서 쏟아 부은 외환보유액은 지난 주에만 60억달러를 넘는 등 한 달새 10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개입 때만 반짝 효과를 냈을 뿐,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시장의 방향성을 꺾지 못했다. 초 고유가, 외국인의 주식매도, 경상수지 적자 등에 따른 달러 수급의 불균형이 만성화하고 이런 쏠림 추세에 투기세력이 편승한 까닭이다.
정부의 대응은 늘 한 박자 늦고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경상수지와 물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널뛰기 환율정책을 펴왔으니 당연한 결과다. 정권 출범 초 적정 환율을 놓고 한은과 각을 세웠던 정부가 사정하듯 지원을 요청한 사정도 이해는 간다. 3월 중순 이후 환율에 노 코멘트 방침으로 일관해 오던 한은이 정부와의 공동 대응의 효력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신뢰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 것을 보면 정부는 쥐구멍을 찾을 일이다.
정부와 한은의 공조가 시장 신뢰를 복원할 수 있느냐는 것 외에도 문제는 많다. 우선 외환보유액을 물가 안정을 위한 환율 방어용으로 쓰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있고, 한편으로 정부의 노골적 개입이 자칫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두 사안을 지혜롭게 관리하겠다고 하나, ‘돈을 퍼붓고도 방어선은 깨지고 국제 망신만 사는’ 시나리오를 떨치기 힘든다. 기왕에 정부가 한은을 업고 칼을 들었으니 체면을 살리기 바란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