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양진수(40) 사장. 그는 올해 2월 일본차 ‘인피니티 M45’를 구입했다. 돈벌이로 치면 벌써 살 수 있었지만 ‘눈치’도 있고 해서 그간 미루다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양 사장은 “가격 성능 연비 서비스 등을 모두 꼼꼼히 살펴봤는데, 여러 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것 같다”며 “특히 일본과 국내 가격 차가 다른 외제차에 비해 덜 한 것도 매력적”이라고 구입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가 고유가와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 연 120만대였던 국내 승용차 시장 규모는 역주행을 하기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연 100만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의 질주는 매섭다. 2002년 1%대로 시작한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2005년 3%대로 올라선 뒤 해마다 1% 증가, 올해 상반기엔 6%대(6.02%)로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일본차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2002년 10%였던 수입차 대비 일본차 비중은 올해 6월엔 40%를 넘어섰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고유가로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차가 독야청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소비자들은 먼저 ‘합리적’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유럽차의 경우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BMW나 벤츠 모두 그 명성만큼이나 우수하지만 막상 구입하려면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 실제로 비슷한 성능을 가진 인피니티 G35(315마력ㆍ36.5토크)와 BMW 335i(306마력ㆍ40.0토크)의 경우 3,0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모델 다변화도 일본차 판매량 급증의 원인이다. 일본차는 2000년 이전까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사실상 수입이 금지돼 있었고,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들어온 유럽ㆍ미국차와는 달리 렉서스, 혼다, 인피니티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고객의 다양한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국내 외제차 시장이 미국과 유럽차에 의해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상황에서 일본차가 들어와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미쓰비시, 닛산, 도요타 등이 본격 진출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차의 매력을 편안함에서 찾은 고객도 적지 않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차들이 ‘머신’과 같은 느낌으로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는 대신에 일본차의 경우 사용자 친화적인 면을 강조한 게 국내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가섰다는 것.
인피니티 관계자는 “인피니티의 경우 유럽차처럼 퍼포먼스를 중시하긴 하지만 차량 내부 인테리어나 인터페이스 면에서 국내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명차들은 여전히 일본차보다 판매량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잇따라 상륙하는 일본 대중차들이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내년쯤이면 일본차 비중은 전체 수입차의 절반을 쉽게 잠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9월 말부터 ‘랜서 에볼루션’을 시작으로 5개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고, 닛산은 11월부터 ‘무라노’와 ‘로그’ 등 대중차를 내놓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와 함께 마쓰다(연말)와 도요타(내년 하반기) 등도 한국시장 상륙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일본차 전성시대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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