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안정 기대, 실효성은 의문.’
흉흉한 시장이 더 망가지는 걸 막기위해 9일 정부가 나섰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금은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다”(홍영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시장은 ‘(어떤 대책이 나올지) 뻔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연기금 주식투자자금 조기집행, 장기 펀드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정부 보유 공기업 지분 매각 및 상장 연기 등이다. 상황이 더 악화할수록 하나하나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연기금 조기 집행은 다들 팔려는데 사려는 주체가 없는 요즘 상황(수급 불균형)을 돌이킬 수 있는 방책으로 꼽힌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38조4,000억원, 올해 말 59조6,000억원, 내년 말 84조2,000억원 등으로 주식투자 규모를 매년 늘려 잡고 있다. 최근 몇 차례 매수 구원세력으로 나서 폭락사태를 막은 주체도 연기금이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 내정자도 “기관투자자가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적극적인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독려했다.
그렇다고 마냥 팔목을 비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입장에서야 수급이 도는 건 좋은데, 국민의 미래자금을 가지고 증시를 받치는 것이 옳으냐는 가치판단은 정부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펀드투자자가 비과세나 소득공제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는 금융상품을 허용하는 것도 거론된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펀드자금으로 돌리려는 유인책인 셈이다. 하지만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시장 전문가는 “당장 주식이나 펀드를 빼냐, 마냐를 고민하는 시점에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다”며 “증시저변 확대라면 모를까, 시장을 돌려세울 수 있는 조치는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에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공기업 상장이나 정부 보유지분 매각 일정도 재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기매각 정책을 뒤바꿀만한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 와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시 때문에 공공개혁의 큰 줄거리인 민영화를 연기시키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시장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백약이 무효’라는 게 대세다. 최근 주가 급락은 내부 문제가 아닌 고유가와 글로벌 신용경색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복합적인 대외악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증시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 표명은 긍정적으로 반기면서도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워낙 비상시국이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내부요인이 20이라면 글로벌 요인은 80이기 때문에 국면전환을 위한 강력한 카드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정부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심리 안정엔 도움이 되겠지만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냥 놔두는 게 상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환율정책 실패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정부정책이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믿음보단 자연스럽게 가도록 이끌어주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