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시내 5성급 호텔 켐핀스키호텔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에 집계된 6월 객실 점유율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전체 객실 중 손님이 들었던 비율을 가리키는 객실점유율이 60%를 간신히 넘겼기 때문이다. 이 호텔 뿐 아니라 시내 주요 5성급 호텔들의 평균 객실점유율도 63%로 지난해 동기의 79%를 크게 밑돌았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특수를 기대했던 베이징 호텔 관광업계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올림픽 불황’에 신음 중이다.
이런 상황은 쓰촨(四川) 대지진으로 인한 중국 국내 관광 침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6월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외국인 입국에 대한 중국 당국의 철저한 통제 때문이다.
베이징 호텔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그간 비자를 면제해주던 싱가포르인들에 대해 최근 비자를 받도록 하고, 역시 비자면제를 받던 일본의 경우 비즈니스 입국을 제외한 이들에 대해서는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했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 한국 인 등에 대한 입국절차를 강화한 것은 물론이다. 베이징의 신문들은 현재 올림픽 기간 중 4성급의 객실료가 2,185위안(33만원)으로 2개월전보다 42위안 하락했다고 전하면서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객실료가 떨어지는 기현상을 크게 다루고 있다.
올림픽 불황은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르는 것 보다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대한체육회 베이징 사무소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는 입장”이라며 “당초 4만명 가량으로 예상됐던 한국 응원단의 방중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뿐 만 아니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 화물에 대한 통제까지 강화하는 실정이다. 최근 주중 한국 대사관은 중국 내 여러 한국 학교들이 올 2학기에 교재로 쓸 교과서들이 통관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대사관 차원에서 중국 당국과 협의에 나서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이다.
베이징 시내 분위기도 상당히 경직돼있다. 중국 공안당국의 지하철 검색 실시 등 보안 강화 조치로 인해 올림픽 기간 중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중국 지인은 “올림픽이 행운만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며 “올림픽이 베이징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중국 정부에서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는 것은 공안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 정부는 외국 귀빈들의 베이징 올림픽 참석만은 극대화하고자 한다.
총기를 휴대한 경호원 600명을 대동하겠다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물론 이 기회에 군용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가겠다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총리의 요구도 들어줄 태세이다. 일반 외국인들은 통제하겠지만 귀빈들만은 환영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올림픽의 모양새만을 살리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한편 올림픽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적어 올림픽 이라는 대형 이벤트 이후 중국의 민심을 중국지도부가 어떻게 달랠 지에 대한 걱정이다.
주변국들은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민족주의 정서가 크게 고조될 가능성에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중화 민족의 부흥을 알리는 계기로 마련된 이번 올림픽이 중화민족주의를 크게 고조시킬 경우 장기적으로 동북아 정세는 물론 국제정세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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