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별’이지만 떠날 때는 천양지차다.
지난 8일 전격 은퇴를 결심한 정민태(38ㆍ전 KIA)는 한국야구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지만 가뭇없이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정민태가 유니폼을 벗은 곳이 유감스럽게도 ‘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27년째를 맞은 한국프로야구에서 공식 은퇴경기를 치른 선수는 OB 윤동균, 해태 김성한, LG 정삼흠, 롯데 김민호, 롯데 한영준, 쌍방울 김광림, 한화 이상군, 한화 강석천, LG 유지현, 한화 장종훈, LG 서용빈 김정민 12명이다. 또 은퇴경기 없이 은퇴식만 가진 선수도 고작 23명이다.
■ 은퇴경기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3월27일 6개 구단 선수들을 대표해 선서를 한 윤동균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89년 8월17일 잠실 롯데전에서 은퇴경기를 가졌다. 1949년 7월2일생인 윤 위원장은 원년 멤버 중 최고령 선수였다.
2005년 9월15일 대전구장에서는 장종훈의 은퇴경기가 열렸다. 외야 스탠드에는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연습생 신화’ 장종훈은 1만 여 대전 팬들 앞에서 19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가장 최근의 은퇴경기는 2006년 9월24일 잠실 LG-두산전으로 서용빈(LG 코치)과 김정민이 주인공이었다.
■ 은퇴식
2006년 4월12일 광주구장. 클리닝타임 때 의장대의 사열 속에서 한 남자가 그라운드로 걸어 나온 뒤 마운드에 엎드려 입을 맞췄다. KIA 이강철 투수코치였다. 이 코치는 2005년 시즌 중 은퇴경기를 치르려 했으나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은퇴식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밖에 LG 백인천, LG 김건우, OB 박철순, 롯데 윤학길, 한화 이강돈, LG 노찬엽, LG 김태원, LG 박준태, 삼성 류중일, SK 김성래, LG 김기범, 현대 김인호, SK 김경기, 두산 김민호, SK 최태원, 롯데 김응국, 롯데 박정태, 한화 한용덕, 삼성 김현욱, SK 김기태, 삼성 김한수, 롯데 주형광이 영광의 은퇴식 무대에 섰다.
■ 쓸쓸한 퇴장
정민태를 비롯해 이상훈(전 SK), 김시진(전 현대 감독), 장효조(삼성 스카우트 코치)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스타들이었지만 은퇴경기나 은퇴식은 언감생심이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선수 말년에 친정을 떠난 까닭에 은퇴경기 또는 은퇴식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정민태는 현대, 이상훈은 LG, 김시진과 장효조는 삼성이 친정이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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