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는 ‘광진주식회사’다. 행정관청이지만 경영방식과 직원들의 마인드는 고객서비스와 효율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을 지향한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정송학 구청장이 들어선 지 2년. 광진구가 이룬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최근 서울시 25개 자치구 행정서비스 시민고객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되는가 하면, 각종 행정서비스 대회와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이밖에 민선 4기 2년 동안 각 단체와 외국 기관으로부터의 수상 실적은 44건에 달한다. 상금으로만 22억원을 챙겼다. 글로벌 기업인 후지제록스에서 28년 동안 근무하다 구청장으로 옮김 정 구청장이 업무에 선진 경영 기법을 접목한 성과이다.
정 구청장이 부임 후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경영 효율 부문. 그는 인사와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적당주의에 젖어 완만하게 굴러가던 조직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었다.
정 구청장은 기업의 경영기법을 행정에 도입한 배경에 대해 “2년 전 구청의 모습은 단순히 예산을 편성하는 곳이었고, 간부들은 도장 찍는 직원이었다”며 “공직사회 특성상 목표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정 사업에 대한 장기 목표를 세우고 각 국장, 과장들과 ‘계약서’를 작성했다.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구청장의 선거 공약에 따라 해당 국ㆍ과장들이 자체적으로 과제를 선정하고 달성 목표치를 정하는 자리였다. 이후 과제 진행 정도를 점검하는 직무보고회가 3개월마다 열렸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경영관리 모델인 PDCA(Plan-Do-Check-Action)를 도입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부패방지 제도개선 등으로 청렴도를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던 감사관실의 자체 목표 설정이 있은 후 서울시의 청렴지수 평가에서 3위(90점)를 차지했다. 2005년 광진구의 청렴도는 73.8점으로 최하위권이었다.
정 구청장은 이 같은 평가 결과를 인사 자료로 활용했고, 철저한 보상을 실시했다. 2년 동안 170여명의 공무원이 인센티브를 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온 게 대표적인 예다. 비용은 각종 시상에서 받은 상금 22억원으로 충당됐다.
정 구청장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변화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몸소 확인했다”며 “앞으로 해외 연수를 확대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글로벌 공무원 양성을 위해 ‘광진구공무원능력개발원(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광진구의 이 같은 노력이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면 앞으로 2년은 이를 발판 삼아 ‘고객’과 ‘주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정 구청장은 “지난 2년 동안 어떤 전쟁을 치러도 될 만큼 광진구의 전열이 갖춰졌다”며 “현장행정, 구민만족 행정으로 ‘고객’과 ‘주주’들이 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데 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진구는 중곡ㆍ구의ㆍ자양동 재개발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재래시장과 중소기업 지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아차산 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을 통한 지역문화 정체성 확립 등의 사업을 민선 후반기 중점 사업으로 선정, 광진구를 동부서울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고구려의 숨결도시/ 아차산 역사문화관 2011년 마무리
"'고구려' 하면 광진구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될 겁니다."
서울 광진구의 슬로건은 '고구려의 숨결로, 행복도시 광진'이지만 지금 광진을 고구려와 연결 짓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3년 뒤면 얘기가 달라질지 모른다.
광진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 중의 하나인 고구려 역사문화관 건립 사업이 가시화 하고 있다. 광진구는 내년 상반기부터 광장동 384의 4 일대에 '아차산 고구려 역사문화관' 건립 공사를 시작해 2011년까지 마무리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구는 2007년 예산에서 75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한데 이어 지난 5월 국비와 시비 128억원을 확보하는 등 총 건축비(395억원)의 60%에 해당하는 사업비를 이미 확보했다.
사적 234호인 아차산성과 455호인 고구려 보루가 있는 아차산은 홍련봉 제1보루에서 발견된 고구려 연화문와당(연꽃무늬기와)을 비롯, 모두 4,655점의 고구려 유물이 출토돼 남한 내 최대의 고구려 유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3만7,444㎡의 면적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될 고구려 역사문화관에는 상설전시관과 뮤지엄샵, 체험관, 기획전시관, 교육실, 자료실, 수장고, 학예연구실, 강당 등이 갖춰진다.
구는 이 문화관을 강동구의 선사유적(암사동 선사박물관)과 송파구의 한성백제 유적(한성백제박물관), 하남시의 신라유적(이성산성) 등 선사ㆍ고대 유적과 연계해 역사문화 관광벨트로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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