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40여일 가량 이어져온 입법부 부재(不在)사태는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하지만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문은 열지만 처리해야 할 난제가 첩첩이 쌓여 있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축법 개정을 놓고 구체적 각론에서 여야 입장차가 만만치 않다. ‘추가협상 내용과 국민적 요구 및 국익을 고려해 가축법을 개정한다’는 원칙적 합의는 이뤄졌지만 각론에선 동상이몽이다. 한나라당은 국제 통상마찰 및 국제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개정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쇠고기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명문화 등 수위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
한미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위 경우도 조사범위와 기간, 대상 등을 놓고 여야간 기 싸움이 팽팽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은 가급적 국정조사를 길게 가져가려 할 것이고, 여당은 집중적인 국정조사를 주장할 것이다.
무엇보다 최대 난제는 여야 간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고 상임위 정수를 조정하는 이른바 원 구성 협상이다. 여야는 10일 개원과 함께 국회의장을 선출한 뒤 곧바로 국회규칙 개정특위, 원 구성 특위를 설치해 원 구성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여야가 맞선 게 명분 때문이었다면 이제부터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원 구성 협상은 실리의 문제다. 쉽게 풀릴 수도 있지만 훨씬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다.
17대 국회의 경우 예결위 상설화를 주장하는 야당과 이에 반대하는 여당이 맞서면서 원 구성 협상에만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이번엔 각종 법안의 ‘게이트 키퍼’ 구실을 하는 법사위 위원장을 놓고 여야가 대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17대 국회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상당한 견제능력을 발휘한 데 대한 학습 효과가 크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현행 법사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넘겨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법사위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한 형태로 양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보이고 있다. 법안이 3개월간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가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측은 “기능이 줄어든 법사위 운운은 아예 원구성 협상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반발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 상임위 배정을 놓고도 여야간에 이견이 있다. 야당이 국회 공간을 통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인책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파열음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래저래 18대 국회는 산 넘어 산이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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