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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바보 만드는 펀드 수익률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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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바보 만드는 펀드 수익률 공시

입력
2008.07.1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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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직원 P(33)씨는 거래은행의 추천으로 3년 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펀드 A상품에 가입했다. 매달 35만원씩 적립식으로 불입하는 국내 주식형펀드였다. 지난해의 경우 한때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올 들어 증시가 급락했는데도 수익률은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은행이나 증권사 홈페이지에 공시되는 3년 수익률은 ‘90%’대였다. P씨는 “역시 미래에셋 펀드에 가입하기를 잘했다”며 마음을 푹 놓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통장정리를 해보니 자신이 가입한 A펀드의 수익률은 -4%대에 불과했다. 공시 수익률은 여전히 90%대, 간극이 무려 100%포인트 가까이 된다. P씨는 “공시 수익률만 믿다가 적절한 환매 시기도 놓쳤다”며 어이없어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비단 미래에셋 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최고점을 찍은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급락하면서 적립식 장기 투자자가 흔히 겪는 착시 현상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협회 등에서 공시하는 펀드 수익률은 ‘적립식’이 아니라 ‘거치식’ 기준이기 때문이다.

적립식은 투자금액이 초기에는 적다가 갈수록 커지는 탓에 최근의 증시 급락과 같은 변동성에 훨씬 취약하다. 적립금액이 500만원이었을 때 10% 수익을 거뒀다면 50만원을 벌지만, 이후 기간이 경과해 2,000만원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10% 손해를 입었다면 200만원을 잃는다. 총 150만원의 손해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거치식 펀드는 약 20만원의 손해에 그친다.

물론 증시 등락의 순서가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거치식 수익률을 통해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증권사는 “같은 펀드라도 월 35만원씩 3년간 꼬박꼬박 낸 방식(적립식)이 아니라 1,260만원을 한번에 불입한 방식(거치식)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다를 수 있다”며 “적립식 펀드는 변수가 워낙 많아 공시 수익률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책임 소재를 투자자 착오 탓으로 돌리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잘못을 투자자의 ‘무지’로 돌리기에는 몇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우선 거치 방식의 수익률이 공시 수익률로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공시 수익률은 펀드 가입 때 반드시 참고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P씨의 사례처럼 거치식과 적립식 간 수익률이 100%포인트 가깝게 차이가 난다면 공시(거치식) 수익률은 사실상 적립식 투자자에겐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국내 펀드 가입자는 대부분 적립식에 들어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전체 주식형 펀드계좌 중 적립식 계좌는 약 80%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런데 거치식 기준만 내세우는 건 높은 수익률로 적립식 투자자를 홀리는 것에 불과하다.

거치식 수익률을 홍보하면서 적립식 투자자를 모집하는 영업관행도 문제다. 거치식과 적립식의 수익률 차이를 설명하는 곳은 거의 없다. 게다가 각 증권사 및 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된 펀드 수익률 표 어디에도 ‘거치식 기준 수익률’이라는 주의문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고위험 고수익’을 지향하는 거치식 펀드는 ‘예금성’의 적립식 펀드와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거치식 수익률로 적립식 가입자를 모집하는 행위는 불완전 판매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눈속임’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로선 투자자가 직접 가입 펀드의 수익률을 챙길 수밖에 없다. 가입시점이 중요한 적립식 펀드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자기 계좌의 수익률을 그때그때 확인해야 한다. 또 가입 전에는 반드시 가입 상품의 적립식 수익률을 알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묻지마’ 펀드 투자도 경계해야 하지만, 영업직원의 감언이설에 덜컥 가입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신건국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펀드평가업체(한국펀드평가, 제로인 등) 홈페이지에서는 거의 모든 펀드상품의 적립식 수익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므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고민이 생긴다. 2~3년 전 가입해 이미 돈을 까먹은 적립식 펀드는 어찌해야 할까.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연구원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때는 공시 수익률보다 해당 펀드가 분기별로 꾸준한 수익률(상위 30%내)을 올렸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주식형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주식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교체해주기 때문에 직접투자보다는 장기적으로 더 좋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환매는 참으라는 얘기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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