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 금융시장은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 폭락 및 실적 악화로 유발된 소위 ‘닷컴(.Com) 버블’ 붕괴로 큰 혼란을 경험했다. 당시 기존 상식으론 납득할 수 없었던 가격에 IT주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불과 1~2년 새 투자자금의 대부분을 날려 버리는 일생 일대의 재앙을 겪었다.
반면, 워렌 버핏과 같은 인물은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없는 종목은 아무리 주가 전망이 좋아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IT종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기피, ‘과연 투자의 대가’라는 평가를 얻었다.
미국에서는 닷컴 버블 붕괴 때 IT주에 대한 자산관리자(Financial Planner)들의 무분별한 매수 추천과 매매가 문제가 됐다. 필자의 관점에서도, 종목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좋다는 이유로 은퇴 생활자의 자산을 주가 변동성이 큰 IT주에 투자하는 행위에 대해 고객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기업가치가 전혀 없는 코스닥 종목에 대한 투자를 권하는 브로커의 말만 믿고 투자를 했다가 막대한 금액을 날린 사례를 수 없이 목격했다.
2004년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대세상승 과정에서 수 없이 많은 유망 테마와 스타 종목들이 나타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 중 일부 종목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는 당시 시세와 투자심리, 그리고 기관투자자의 선호도에 의해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상당히 높게 형성됐다.
좋은 종목이나, 나쁜 종목이나 가릴 것 없이 모든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의 투자성과만 놓고 그 자산관리자가 얼마나 고객의 이익에 충실했는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가격 변동성이 높은 투기적 종목들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권유하는 자산관리자’가 가장 고객의 이익에 충실했다는 어이없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록 단기적 성과가 눈에 보이더라도 합리적인 자산배분과 종목 포트폴리오의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의 투자성향과 자금 소요계획을 감안한 종목의 선택을 앞세웠다면, 그 영업직원은 선량한 고객의 자산관리자로서 의무를 충분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투자조언을 제공할 명분도 생기는 법이다.
진정한 자산관리와 투자조언의 가치는 시장 상승기가 아닌,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빛나는 법이다. 1990년대 후반 저가 수수료를 찾아 온라인 증권사로 대거 이탈했던 미국의 투자자들이 2000년대 초반 다시 제대로 된 투자 컨설턴트를 찾아 대형 투자증권으로 복귀했던 이유도 같은 이치이다.
국내 증시도 불과 1~2년 전까지 인도나 중국시장에 자금 투자를 권하지 않으면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산관리자가 아니었고, 주식 직접투자도 특정 인기업종에 집중 투자할 것을 권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투자 컨설팅으로 인정 받던 시절이 있었다.
고객이 이런 투자 조언에 따라 그대로 투자했다면 지금의 결과는 과연 어떠하겠는가. 약세장에서 더욱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투자 컨설팅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자산관리라는 진리를 우리 금융회사와 자산관리자들은 한시라도 빨리 깨우쳐야 할 것이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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