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합의였지만 과정은 지난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8일 42일 간의 국회 공전을 끝내는 합의에 이른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사실 야당의 등원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명분과 시기에 대한 여야 간 합의는 정치적 힘겨루기의 성격이 짙어 쉽게 가닥을 잡지 못했던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등원 협상에 대해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급부상한 것은 이날 점심 때를 전후해서다. 오후 4시30분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간 원내대표회담이 열린다는 사실이 공지된 것이다. 정치의 실종을 탓하는 비판여론이 비등한 만큼 양측이 물밑접촉을 통해 대체적 합의를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원내대표들이 성과 없는 만남이 될 수도 있는 모험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때부터 양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종 문안 조율만 남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특위와 한미 쇠고기협상 국정조사 특위 등이 구성될 것이란 얘기도 나왔고, 각각의 특위 위원장을 여야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한나라당이 개원 시한을 10일로 못박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끌려가는 모양새를 피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장 선출은 10일에 하되 개원식은 이튿날 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리고 이 같은 추측들은 대체로 사실로 확인됐다.
여기엔 양측 수석부대표 간 라인이 전날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시로 전화통화를 갖는 장면이 목격됐고, 양측 수석부대표들 모두가 자당의 전략ㆍ기획파트와 막바지 협상 내용을 점검했다.
막판 쟁점은 역시 가축법 개정 문제였다. 그간 한나라당은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라는 문구의 삽입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라는 문안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견해 차이는 전날 한나라당 주호영, 민주당 서갑원 원내 수석부대표간 회동에서도 여전했고, 이날 원내대표 회담을 코 앞에 두고 이뤄진 두 사람의 오찬회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의외의 접점이 찾아졌다. 민주당 서 수석부대표가 전날 밤 원내전략기획실이 마련한 ‘국익을 고려하여’라는 문구를 제시하자 한나라당 주 수석부대표가 흔쾌히 수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됐다는 ‘명분’을, 한나라당은 내용상으로 통상마찰을 피하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합의다. 뒤집어놓고 보면 향후 법 개정 과정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4일 단독개원 방침을 밝히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 홍 원내대표가 가축법 개정 수용 약속을 수차례 뒤집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양당 모두 17일 60주년 제헌절을 앞두고 국회 파행을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한발씩 양보하는 묘수를 찾아냈다. 그런데 동시에 이 같은 양보가 결국은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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