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합법적인 신분으로 국내 조선소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척당 8,000억~1조원대의 심해원유시추선(드릴십ㆍDrillship) 건조 기술 등을 빼돌리다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최세훈)는 원유시추선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법 위반)로 미국 선급회사의 중국인 선급검사관 장모(35)씨를 구속기소하고, 천모(29)씨 등 같은 중국인 선급감독관 2명을 입건 유예했다고 9일 밝혔다. 선급검사관은 조선소, 항구 등에서 자신들에게 등록된 선박의 상태나 안전도 등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는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9월 국내 조선업체 S사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이 회사 서버 등을 통해 드릴십 설계도면, LNG 운반선 등 각종 기술자료 파일 1,500여개를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에 내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심해원유시추선은 전 세계 발주량의 90% 이상을 우리나라가 독점 건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조선 분야 7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선종이다.
S사는 이 시추선 개발에 10여년간 3,000여명의 인력과 수 백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기술유출 시 막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됐으나 다행히 출국 전 적발돼 약 32조원의 국부유출을 막은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장씨는 미국 선급협회 소속 선급검사관이지만 중국 국영 O해운사의 특별요청으로 국내 S사에 파견됐으며, S사 서버를 통해 설계도면 등 모든 자료를 인증 없이 열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천씨 등 2명은 지난해 1월부터 국내 A중공업에 파견된 중국 모 해운사 선급감독관으로, 국내 조선소의 컨테이너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의 상세 조립도면을 불법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천씨 등이 불법 취득한 자료가 중국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된 사실이 확인된 데다 외국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범행은 우리 형법상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돼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처벌을 유예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국내 조선소의 기술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다”면서 “국내 조선소에 근무했던 선급검사관 대부분이 파견근무를 마치면 중국 조선소에서 일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의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c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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