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작심(作心)’ 환율대책이 연일 위력을 떨치고 있다. 최근 들어 용수철 같은 상승 본능을 보이던 원ㆍ달러 환율은 8일 증시 급락과 외국인 매도라는 강력한 ‘상승’ 요인에도 불구, 10원 넘게 하락했다. 7일 당국의 환율 안정대책 발표 이후 이틀간 하락폭만 17원이 넘었다. 시장은 당분간 당국의 ‘초강수’가 통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자칫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연일 강공으로 기선 제압
주가가 떨어지고 외국인이 팔자세에 나서면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전형적 패턴이다. 이날도 외국인은 2,500억원 넘게 순매도 행진을 펼쳤다. 하지만 환율은 되려 전날보다 10원 넘게 떨어졌다.
구두 개입과 실개입을 병행한 당국의 초반 양동작전에 기세가 눌린 탓이었다. 외환시장 개장 직후,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간밤 역외 시장에서 환율이 1,036원대로 하락한 것은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하면서 “환율상승 기대심리가 해소될 때까지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달러 매도개입이 뒤따랐다. 오전과 장 막판으로 나눠 총 20억달러 가량을 내다판 것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환율은 한때 1,026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밤새 국제유가가 떨어졌는데도 증시가 너무 안 좋아서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과거 주가가 이 정도 빠지면 환율이 금세 제자리로 왔을 텐데 당국의 약발이 워낙 강했다”고 평가했다.
양날의 칼 되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은의 공조 개입으로 달러 매수심리가 약화되고 있어 환율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동안 당국이 개입하면 하락하고, 개입이 없으면 반등하는 움직임의 배경에 있던 상승 기대심리, 이른바 ‘쏠림 현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일각에선 유가 급등세와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다소 진정될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이 세 자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은 당국의 대책이 쏠림 심리를 완화시키는 선에서 멈춰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특정 범위를 선호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이날 개입이 외국인 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에서 보듯 부작용이 심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며칠 전처럼 환율이 1,010원대로 급락하는 것을 막거나 특정 수준을 고수하기 위해 무리한 개입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당국이 내심 적정수준으로 보는 환율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최근의 환율 상승경향이 우리 경제의 적정 환율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외국인들이 이해하면 환율 불안이 줄어들겠지만 반대의 경우, 당국은 백전백패”라며 “향후 최대 변수는 국제유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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