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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개혁 '혹 떼려다 혹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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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개혁 '혹 떼려다 혹 붙인다'

입력
2008.07.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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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 광명의 A고교는 발칵 뒤집혔다. 전교생 1,500여명이 먹은 저녁 급식 메뉴 육개장에서 수 백 마리의 구더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3학년 김모(19)양은 “육개장 건더기 속에 몸을 동그랗게 만 구더기 수 십 마리가 발견됐다”며 “예전에도 이물질이 첨가된 음식물이 나오는 등 급식 위생상태가 엉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음식물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이 되면서 중ㆍ고교 급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006년 6월 발생한 학교급식 대규모 식중독 사태 이후 대기업이 급식을 포기하고, 영세 업체와 전문성이 떨어지는 학교가 급식을 맡는 바람에 위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해당업계 등에 따르면 연간 총 2,000억원대의 학교 급식 사업에 참여해온 대기업들은 최근 속속 손을 떼고 있다. 업계1위였던 CJ푸드시스템과 삼성에버랜드는 학교 급식 사업을 아예 중단한 상태이며, 나머지 5~6개 기업도 철수를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급식업체 관계자는 “대형급식 사고가 나면 기업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수 있어 2년 전 집단 식중독 사고 이후에는 신규 계약 없이 기존의 학교에 대해서만 납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직영으로 전환이 안된 학교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중소 급식업체에 급식을 위탁해야 하는 형편이다. 중소업체들은 대부분 연 평균 매출이 4억원 내외로 영세해 체계적인 위생 안전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모든 학교가 직영으로 전환하는 2010년 이후다. 정부는 학교급식법 개정에 따라 2010년말까지 각급 학교의 급식 직영을 의무화했지만, 현실은 제도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직영으로 바꾸려면 시설비 인건비 유지비 등에 필요한 수 천 억원의 예산이 확보돼야 하지만, 정부 지원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도 급식시설이 노후화 해 개.보수가 시급한데도 예산부족으로 엄두도 못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83곳의 서울지역 초중고교가 위생상태 개선을 위한 급식실 보수비용을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했으나, 예산 배정이 이뤄진 학교는 단 4곳뿐이다. 직영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이 가능한 학교가 단 5%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직영급식을 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B고 교장은 “시설이 오래돼 식중독 발생 우려가 크지만 예산이 없어 시설보수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 전문가들은 학교 급식 전면 직영전환에 앞서 위생관리를 책임질 수 있는 별도의 전문기구 신설과 식재료의 규격기준 설정 등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배병옥 상임대표는 “직영제를 하더라도 철저한 관리기준이 적용되고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한 위탁제에 비해 위생상태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급식 위생관리를 직접 담당하게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진실희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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