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닷새 전 내놓은 정부의 유가 전망이 벌써 위태롭다. 정부가 지난 2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내놓으면서 전망한 하반기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120달러, 연 평균 110달러였다. 정부 전망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 150달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나라 경제가 온통 국제유가만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전망치가 달라진다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표 전망도 다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목표)은 ‘7%(공약) →6%(3월 수정 전망) →4.7%(7월 수정 전망)’로 가파른 미끄럼틀을 탔다. 만약 유가가 하반기 내내 현 수준을 웃돈다면, 4%대 성장도 자신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정부 스스로 벌써부터 경제 전망치가 빗나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6일 “두바이유가 지금 배럴당 140달러가 넘었고, 불과 1~2주 전 예측하고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유가 상황에 따라서 국제수지, 성장률, 물가 상승이 다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하반기가 시작된 지 불과 1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평균 유가를 가늠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앞으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두바이유 평균 120달러 전망이 맞을 수도 있다. 정부가 인용한 전망도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 전망치(하반기 평균 120달러)였다.
문제는 향후 유가 전망이 대체로 밝지 않다는 데 있다. 강 장관도 “현재 다수의 기관들이 이런 유가 상승이 하반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1단계 고유가 비상 조치를 앞당겨 시행한 것도 앞으로 유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아무리 국제유가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라지만, 전망치를 내놓은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경제팀 수장의 입을 통해 엇갈린 발언이 나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부가 연말에 저조한 성적표가 나오면 또 다시 유가 탓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유가 전망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을 배럴당 110달러, 하반기 평균 120달러로 잡은 것은 다소 낮아 보인다”며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줄곧 유가 상승 탓을 해온 정부가 연말에 다시 유가에 책임을 돌리기 위해 여지를 남겨뒀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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