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동안 중국 상하이자동차로의 쌍용자동차 기술유출 의혹을 내사해 온 검찰이 드디어 칼을 뽑았다. 이 사안은 국책사업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의 유출 여부, 합법적 인수ㆍ합병(M&A)에 따른 기술이전의 처벌 가능 여부 등 민감한 내용이 많아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쌍용차 관련 자료들이 중국으로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나 수사에 나서지 못했다. 워낙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이라 섣불리 손을 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사 사실이 지난 3월 본보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에도 검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장고’하던 검찰이 4일 쌍용차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사전 정지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적인 관심사는 과연 기술이 유출됐는지와 어떤 기술이, 어느 정도나 유출됐는지 여부다. 국정원의 첩보는 상하이차 연구원인 중국인 장모씨 등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설계구상도와 쌍용차의 각종 자동차 설계도 등을 CD 등에 담아 중국으로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초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이다.
기름과 전기를 동시에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개발해왔다. 자칫 나랏돈을 들여 개발해 온 ‘차세대 먹거리’를 고스란히 중국에게 넘겨준 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검찰 내사 과정에서 지난해 9월 상하이차와 쌍용차 간 전산망 공유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첩보도 입수돼 무제한적 기술유출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기술유출 여부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대목이 법적 판단이다. 이 사안은 국내 기업의 내부 인사가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는 형식의 전형적 기술유출 사건과 다르다. 상하이차는 2005년1월 쌍용차 지분 48.9%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합법적 M&A를 통한 기술 이동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선례나 해답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시행된 ‘산업기술 유출 및 방지법’에는 해외기업이 국내기업을 M&A할 경우 기술유출 부분에 대해 사전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 검찰은 상하이차가 쌍용차라는 기업이 아닌 주식을 인수한 만큼 기술이전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하이브리드 기술의 해외이전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 등을 놓고 법리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이 주목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검찰 판단이 내려진 이후 오히려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유출 관계자들이 처벌될 경우 상하이차는 물론, 중국 정부 차원의 반발이 불가피해 외교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반면 검찰이 기술유출 사실을 확인하고도 법적인 문제 때문에 무혐의 처분한다면 국내에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래저래 고민거리가 많은 수사인 셈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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