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양탄자처럼 깔린 바닥 위엔 소보루 빵으로 만든 소파가 놓여져 있다. 누룽지로 만든 솥과 수저로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도 있고, 영화 필름을 이어붙여 만든 스테인드글라스와 삽(버킷) 부분이 조정실을 들어올리는 '전치된' 포크레인도 있다. 신기하고 유쾌한 작품들의 끝없는 릴레이. 복잡하고 어려운 현대미술 담론에 주눅들 것 없이 그저 즐기면 된다.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현대미술가 20인의 작품 40여점을 전시하는 '크리에이티브 마인드(Creative Mind)'전이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상식을 뒤집는 역발상의 참신한 작품들이 녹슬고 찌든 두뇌에 상큼한 자극을 주는 전시다.
전시는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전시장 '거꾸로 보는 세상'에서는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시각이미지의 '낯설게 보기'를 제시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조성묵의 '소보루 빵 소파'는 에폭시를 불에 그을려 만든 것이고, 황인선의 '누룽지 밥상'은 밥알의 찰기를 이용, 밥알 한 톨 한 톨을 주방도구 겉면에 꼼꼼히 붙였다가 말린 후 떼어낸 작품이다.
정혜련은 영웅이 없는 시대의 영웅들의 거주처를 가죽 소재를 통해 해학적으로 건축, 국회의사당을 알맹이 없는 가죽 껍데기로 흐물거리게 만들었다. 재료와 기능의 상식적 정의를 뒤집음으로써 우리 안의 고정관념을 반성케 하는 만드는 작품들이다.
두 번째 전시장 '이미지의 재발견'에선 예술가들이 대상이 지니고 있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을 어떻게 파악하고 표현하는지 보여준다.
김범수는 용도 폐기된 영화필름들을 모아 원과 사각형, 삼각형 등의 다양한 도형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문양을 만들어낸다. 멀리서 보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영화 '화양연화' '동감' 등의 장면이 수도 없이 프린트돼 있다.
와인잔과 반구형 아크릴을 소재로 커다란 눈망울의 외계인 얼굴을 만들어낸 차상엽은 빛과 거울의 반사효과를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해낸다. 재현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가 어떻게 굴절되고 변형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세 번째 전시장 '시각의 확장'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삼각과 사각의 굴절된 입체공간에 평면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강현선의 작품 등 이미지의 조작과 왜곡을 통해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넘어서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마지막 전시장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과학적이고도 치밀한 계산과 설계를 통해 감성적 이미지들을 표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듯한 광선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손혜선의 작품 '쏘다'는 실을 매단 바늘들이 세 개의 아크릴 판을 통과해 작고 동그란 자석 앞에 멈춰서 있다.
엄밀하게 계산된 자력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힘', '목표를 향해 끝없이 돌진하는 인간 욕망'을 구현해 내고 있는 작품이다. 전시는 31일까지. (02)736-4371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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