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감정학자 이동천(43) 박사가 1,000원권 화폐 뒷면에 그려진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ㆍ보물 제585호)는 위작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유관기관의 공개감정을 촉구했다.
이 박사는 5일 오후 서울대 멀티미디어동에서 열린 ‘1,000원권 뒷면의 정선 그림-계상정거도 왜 가짜인가’라는 제목의 공개 강연회에서 ‘계상정거도’가 위작인 이유를 필획, 묘사, 표구 분야로 나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강연회는 이 박사의 위작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 없다’고 논평한 고미술계에 공개적 작품 검증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박사는 일단 ‘계상정거도’의 필획에 주목했다. 작가의 붓놀림은 한 시기의 작품에서 쉽게 변하지 않는데, 겸재가 67세 때 그린 ‘우화등선’ ‘웅연계람’과 72세 때 그린 ‘불정대’ ‘총석정’ ‘문암’ ‘삼부연’ ‘화적연’ ‘만폭동’ 등이 매우 굳세고 빠른 붓놀림을 보이는 것과 달리, 71세에 그린 ‘계상정거도’는 붓놀림이 느리고 무기력하고 난잡하다는 것.
나무줄기의 묘사에 쓰인 필묵도 진작(眞作)은 먹의 농담을 정교하게 조절, 농묵으로 한번에 자신 있고 분명하게 묘사했으나, ‘계상정거도’는 담묵으로 그린 위에 다시 농묵으로 그려 졸렬함과 조작함이 금방 표시난다고 설명했다.
물결 묘사도 진작 ‘화적연’ ‘삼부연’ ‘만폭동’ 등이 중봉으로 거침없이 경쾌하게 이어져 그려진 데 반해, ‘계상정거도’는 측봉으로 느리고 끊어지게 그렸다고 주장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겸재가 아주 적절하게 농묵과 담묵을 구사한 데 비해 위조자는 농묵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상정거도’의 사물묘사에 관해서는 어설프고 유기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우화등선’ ‘웅연계람’은 강바람의 방향을 나뭇가지의 흔들림을 통해 실감나게 묘사하고, 날카로우면서도 힘 있는 소나무 잎을 독특하게 유기적으로 표현했으나, ‘계상정거도’의 나뭇가지는 필획의 두께가 균일하게 조절되지 못한 채 엉성하게 묘사됐고, 소나무의 잎 또한 얇고 가볍게 그려졌다는 것.
물가의 묘사에서도 겸재는 강한 필획으로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으나 ‘계상정거도’는 얇고 가벼운 필치로 흉내낸 데다 패필(敗筆) 또한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조자의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은 장표(표구) 부분. ‘계상정거도’는 화폭 바깥 부분인 장표 부분까지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위조자가 원작을 베끼는 과정에서 먼저 그린 부분들을 원작보다 크게 묘사해 공간이 부족, 나중에 그린 부분들을 장표 부분에까지 그렸다는 해석이다.
이 박사는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이 진위 논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며 “진작이면 왜 진작인지를 설득력 있는 근거로 밝히고, 내 주장이 틀렸다면 어디가 어떻게 틀렸는지 구체적으로 반박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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