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친박근혜계는 3일 전당대회에서 표 결집력은 과시했지만 동시에 당내 ‘비주류 소수파’라는 현실도 확인했다. 당내 친박계 좌장 격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3위에 그친 것은 겨우 ‘체면 치레’를 한 성적이다.
허 의원을 빼면 당 지도부는 친이명박계 주류 일색이다. 당 안에 친박계의 공간이 극히 좁다는 것이다. 한 핵심 의원은 “당분간 계파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의원은 4일 당 홈페이지에 “박희태 대표가 당권ㆍ대권 분리 명시한 당헌 당규 개정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는 요지의 글을 올려 주류를 직격했다. 그는 “비주류로서 필요할 때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나 친박계가 ‘여당 내 야당’으로 남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계파 의원들이 적지 않다. “당 안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고, 또 이명박 정권이 성공해야 박 전 대표가 차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게 절대 명제이기 때문”이라는 논리에서다.
한 핵심 의원은 “친박계가 이제 순혈주의를 탈피, 물밑에서 조용히 외연 확대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전대에서 당내 친박계 세력이 5분의 1에 그치는 것이 드러난 이상 박 전 대표가 중간지대 또는 범주류 사람들을 적극 끌어들이지 못하면 다음 대선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당 지지도가 현저히 낮아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고민’이 많은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전대 이후에도 ‘침묵 모드’를 이어 갈 것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평범한 시간을 보내면서 국회가 열리면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할 것 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틈도 없고, 또 어려운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여권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와선 안 된다는 게 박 전 대표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박계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국정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복당녀’이미지를 벗고 나라를 걱정하는 지도자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ㅊ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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