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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 언론이 보는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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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 언론이 보는 촛불집회

입력
2008.07.0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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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은 이른바 외국 ‘주요 언론’의 한국 관련 보도를 소개해 국내의 이런저런 상황을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 언론 중에서도 한국의 정치와 문화, 사회 변화에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역시 일본 언론이다. 촛불집회 기사는 거의 매일 같이 일본 신문 국제면에 실렸고, 가끔은 신문 1, 2면을 장식했다. 국산 쇠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한국 못잖으니 언제 자신들의 문제가 될지 모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다.

한국선 일본 보도 입맛대로 편집 소개

최근 국내 일부 신문들이 ‘폭도, 신문사 습격’ ‘한국 사이버 폭력 심각’ 등 제목을 붙인 일본 신문 기사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 국내 기사를 보면 일본 언론은 촛불집회를 굉장히 우려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은 진보 언론까지 한국의 시위를 비판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인지, 인용한 언론 중 아사히(朝日)신문에는 하나 같이 ‘진보성향의 매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일부 시위 참가자가 폭력을 행사하고 신문사를 습격한 것에 일본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촛불 시위의 의미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다. 아사히는 6일자 신문 2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촛불 시위를 종합정리하면서 ‘쇠고기 수입 재개가 발단인 한국의 항의집회가 정부 비판으로 변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며 ‘불황으로 생활에 불안을 안고 있는 국민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닿지 않아 오히려 불신감을 돋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아사히 기사를 인용해 촛불 집회를 한국의 잘못된 인터넷 문화의 대표 사례처럼 보도한 국내 기사는 원문을 입에 맞게 적당히 편집까지 했다. 인터넷 보급 이후 아시아 각국의 사회변화를 짚어 본다는 기획시리즈 취지에 따라 아사히는 부작용으로 익명의 타인 비방, 개인정보 유출, 거짓정보 전파, 특정 개인이나 기업을 공격하는 ‘마녀사냥’ 등 다양한 유형을 제시했다.

이번 촛불 시위도 사례로 인용했지만 국내 소개 기사는 그 중 일부를 ‘네티즌이 잘못된 정보로 여론 좌우’(원문은 ‘인터넷 선진국’ 여론도 좌우) ‘광우병 괴담이 진실처럼 통용’(원문은 ‘광우병괴담으로 불리는 정보는 불안을 부추겨 혼란 확대에 한몫 했다’)이라고 부풀렸다.

더구나 ‘한편으로 인터넷은 권력을 감시하는 강한 무기이기도 하다. 시위 현장에서 노트북을 손에 든 젊은이들. 전경의 폭행 장면 등을 순식간에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띄워 경찰측이 잠시 물대포 등 거친 진압을 삼갈 정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아예 빠졌다.

“우린 한국형 민주주의 배워야”

한국학 연구자 오구라 기조(小倉紀蔵) 교토(京都)대 대학원 준교수는 최근 도쿄(東京)신문 기고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휴대전화에 의존하는 고립된 젊은이가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휴대통신이 연대의 미디어가 돼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여했다…한국의 인터넷이나 휴대통신에는 가족의 유대 강화, 정치적 주체성이나 공공성 발휘의 기능이 강하다.’

그는 이어 ‘한국은 급진적인 새로운 민주주의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며 ‘한국이 (성균관 유생의 광화문 상소 같은)유교 전통에 따라 자생적으로 특이한 한국형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을 (일본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도쿄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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