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귀족 자본가 시대를 이끌었던 피어폰트 모건 JP모건 회장은 예술품을 ‘미친 듯이’ 구입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금융황제로 군림한 피어폰트 모건은 어떤 도서관이나 개인이 보유한 컬렉션을 통째로 매입하기도 했다. 그리스 골동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셰익스피어와 바이런의 육필 원고 등 진귀한 보물과 예술품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당시 월가의 최대은행이었던 JP모건은 그가 광적으로 예술품을 사들이는 바람에 자금 악화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그는 수집한 예술품들을 자신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던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상당수를 기증하고, 일부는 고향인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시에 있는 선친의 기념관에 내놓았다. 1913년 그가 숨을 거둘 때 남긴 컬렉션 가치는 5,000만달러로 그의 재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모건이 예술품 수집에 몰입한 것은 미국 최고 부자의 허영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문화 후진국이었던 미국민들에게 유럽 문화와 문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미국 문화의 수준을 유럽과 동등하게 높이고자 했던 애국심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모건이나 록펠러, 구겐하임 등 미국 부호들은 자신들이 설립한 미술관을 전문가에 맡겨 투명하게 운영한 점이 공통점이다. 반면 한국 재벌들이 설립한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은 총수 부인 등이 관장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이 최근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운영하는 선재아트미술관에서 은닉 중인 그림과 조각품 130여 점을 압류한 것은 재벌 미술관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 준 사례다. 재벌 갤러리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비자금 은신처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많다.
▦우리나라 사립 미술관 80여개 중 규모를 갖춘 곳은 재벌 미술관들이다. 최대 규모의 호암미술관 리움미술관은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대우가 전성기 시절 만든 선재아트미술관은 김우중 전 회장 부인 정희자씨가, 금호미술관은 고 박성용 금호 회장의 여동생 박강자씨가 각각 관장을 맡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벌가 여성들의 갤러리 경영은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스타 작가를 발굴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소유욕으로 편법상속 비자금 탈세 의혹을 초래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재벌 갤러리가 투명한 운영을 통해 국민들의 사랑 받는 갤러리로 거듭났으면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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