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촛불집회를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했는지 여부를 놓고 경찰과 관련 단체들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단체 사무실 압수수색 결과를 토대로 한국진보연대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집회의 배후라는 입장인 반면, 두 단체는 “촛불집회를 탄압하기 위한 억지 명분 쌓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4일 “지난달 30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 단체가 촛불집회 초기인 5월 6일부터 불법시위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전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압수한 컴퓨터에 보관된 진보연대의 ‘광우병 투쟁지침 2~4호’, 대책회의의 ‘48시간 공동행동 제안서’를 관련 증거로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진보연대는 수 차례 ‘광우병 투쟁지침’ 공문을 산하 단체와 회원들에게 내려 보냈다. 관련 공문에는 ‘주말에는 총력집중 촛불집회로 조직해 주십시오’, ‘고시를 강행하면 즉각적인 규탄활동을 조직해 주십시오’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행동을 조직해 주십시오’ 등 상황별 행동지침이 담겨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대책회의도 지난달 20일 집중집회를 앞두고 ‘48시간 공동행동 제안서’를 참여단체에 보냈다고 밝혔다. 제안서에는 ‘경복궁과 청와대 기행’, ‘21일 참가자 행진방향 안내’ 등이 포함됐는데, 경찰은 “대책회의가 청와대로 향하는 가두시위를 사전에 계획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진보연대와 대책회의가 불법 집회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연대는 “투쟁지침은 대책회의 구성 단체로서 대책회의의 공지사항을 산하단체와 회원들에게 안내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인터넷에도 공개된 내용”이라며 “경찰이 마치 엄청난 것을 찾아낸 것처럼 떠들고 있다”고 일축했다.
진보연대 관계자는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하더니, 급기야 색깔공세에 몰두하면서 진보연대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며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회의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대현 대변인은 “경찰이 대책회의와 진보연대를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수백만 국민과 대책회의에 참여한 1,830개 단체를 일부 단체의 허수아비로 비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경찰은 세종로 사거리 컨테이너 장벽 앞에 모래주머니로 ‘국민토성’을 쌓은 것을 ‘청와대 진출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5m가 넘는 컨테이너를 넘어가려고 했다면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 논리의 허점을 공격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인터넷 카페 ‘2MB 탄핵투쟁연대’의 서울 중림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피켓과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 카페의 부운영자 백모씨의 불법시위 증거를 찾기 위해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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