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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위기의 언론/ 각계 인사들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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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위기의 언론/ 각계 인사들 조언

입력
2008.07.0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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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섭 "한국일보는 언론의 금도 말할 자격 있어"

요즘 언론을 보면 가슴 아프고 부끄럽다. 아침에 조간 신문들을 보면 신문에 따라 보도 내용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신문과 신문이, 신문과 방송이 서로 욕하고 폄하한다. 국민은 누구를 믿으라는 것인가.

결국 언론 스스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나라가 어디로 갈지 근심스럽다.

우리 사회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흘러 가고 있다. 요즘 국민은 나 아니면 적, 원수라는 식으로 분열돼 있다. 그런데 언론이 나서서 국민을 갈기갈기 찢어 놓으려 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죽는 길이다. 언론이 지금처럼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치받고 싸우는 것은 해방 직후 좌ㆍ우익 언론들이 대립했던 때 이후 처음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론이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언론은 국민과 나라를 화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이 화합하지 못하면 경제 살리기도, 나라 선진화도, 남북 통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이 사설 등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사건과 현상의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 언론의 금도를 지켜야 한다. 한국일보는 서로 싸우는 언론들 사이에서 언론의 금도를 말할 자격이 있다.

■ 박원순 "美 언론들은 정파성 있어도 보도는 중립 지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보도하면서 언론이 진보, 보수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물론 진보ㆍ보수 측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팩트(factㆍ사실)마저 무시한 채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에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자기 주장을 앞세우기 전에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의무다. 그러나 현재 보수ㆍ진보 언론은 자기의 주장을 드러내기 위해 아전인수격으로 별 것도 아닌 팩트를 가져다 크게 다루고, 주장과 맞지 않는 팩트는 축소하는 등 왜곡 보도를 일삼고 있다.

편집과정에서도 회사의 노선과 다르면 중요한 뉴스인데도 보도하지 않고, 가볍더라도 입맛에 맞는 뉴스는 크게 보도하면서 여론을 억지로 끌어가고 있다. 이런 일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정치적 입장이 있더라도 보도는 중립을 지킨다. 이런 모습은 겉으로는 중립적이면서 속으로는 특정 계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한국 언론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나는 언론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공기'와 '목탁'이 되기를 기대한다. 공기와 목탁이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게 사회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길 바란다. 또한 언론기업과 그 기업을 소유한 사람이 개인적 욕구와 이해관계 때문에 언론의 역할을 망각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언론이 본래 사명인 '진실보도'에 천착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

■ 신진욱 "매체 수용자들 다양한 수단으로 언론 압박 주목"

2008년 촛불시위의 핵심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조중동 반대'다. 시민들의 비난은 이들 3개 신문이 정권교체와 더불어 광우병 위험에 대한 보도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었다는 데 집중된다. 나아가 1980년 광주 시민과 1987년 서울 시민들의 명예에 깊은 상처를 줬던 왜곡된 낙인 찍기를 2008년에 또다시 반복한 것에 분노한 것이다. 이들 신문사들이 매체 수용자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화해를 시도하는 대신 공격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시민들은 이제 단지 항의와 개인적 선택을 통해 한국 언론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린 듯이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왜곡보도 고발을 통해, 불매운동을 통해, 광고주 압박을 통해, 주거지에서의 항의문 붙이기를 통해 소비자로서의 권리와 국민으로서의 권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수단들을 개발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촛불시위 기간 동안 신뢰도가 상승한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두 신문은 '촛불'에 완전히 집중해 있었다. 그것은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보다 긴 호흡, 먼 시선, 깊이 있는 성찰로 2008년 촛불의 성과와 한계 등을 다뤄나가야 할 것이다.

■ 한지선 "촛불집회의 성격 진보-보수로 단순 양분 안돼

사회부 기자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 '스포트라이트'가 최근 촛불집회 관련 에피소드를 다룬 장면을 봤다. 한 시민이 기자의 소속사를 확인한 뒤에야 인터뷰에 응하는 장면이었는데, 작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촛불집회 시작 이후 언론사들이 논조에 따라 극단적인 내용만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보수ㆍ진보 성향에 따라 180도 다른 헤드라인이 뽑히고, 관련 이미지도 '시위대에 맞는 경찰, 경찰에 맞는 시위대'처럼 정반대 것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언론사들은 겉으로는 촛불집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교┎構鍍?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국민에게 자사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고 본다. 언론이 이념에 파묻혀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촛불집회가 단순히 진보와 보수로 양분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민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싸움을 붙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언론사이며, 언론사들은 그것을 경영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독자의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진실을 알리고,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언론의 정도다. 또 언론은 사회 통합 역할도 해야 한다. 지금은 기준도 불명확한 이념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다.

■ 김재목 "언론 통해 갈등상황 과장 기업에도 큰 짐"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촛불시위로 시민사회가 크게 양분돼 있다. 언론 역시 보수와 진보 매체로 나뉘어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언론사 논조가 매체의 성향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지금처럼 사회 각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현실의 갈등 구조만 부각시킨다면, 사회 여론을 올바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현 시국은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주시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과장되게 비춰지는 갈등 구도는 해외공사를 수주하고 수출을 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겐 큰 짐이 된다. 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 환율 및 물가 불안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외에도 대외 신인도까지 걱정해야 하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는 셈이다.

지금은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 충실한 언론의 기본자세가 필요한 때다. 각 언론사의 입맛에 맞는 주관적 주장만 실어서는 언론의 생명인 신뢰를 잃고 국민들의 눈과 귀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언론은 갈등으로 양분된 우리 사회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사회 통합의 대안을 제시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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