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가 촛불시위 전면에서 물러난다고 한다. 과격 양상으로 치닫던 사태 흐름을 시국미사 등을 통해 비폭력ㆍ평화적 모습으로 되돌린 지 1주일 만이다. 이런 결단을 내린 뜻을 가늠하기 어려우나, 국민 모두가 힘들고 괴로운 지금의 난국을 벗어나는 데 도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의 진보적 성직자들이 잇따라 촛불집회에 동참한 것에 안도와 우려를 함께 표명한 바 있다. 과격시위와 강경진압이 맞부딪치는 폭력사태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난달 말을 고비로 주춤하던 촛불이 새롭게 타오를 것을 걱정했다. 특히 사제단이 지금 시국을 유신독재 시절의 엄혹한 상황에 빗대는 왜곡된 인식을 보인 것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의구심은 시국미사와 법회 등을 앞세운 촛불시위가 지난 주말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되면서 많이 해소됐다. 4개 종단 성직자들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충돌을 막는 역할을 했다. 지난달 10일 이후 최대 규모인 7ㆍ5 시위가 비폭력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기약 없는 거리의 대치를 곧 개원할 국회 안팎의 대화와 타협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갖게 한다.
그러나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국민대책회의의 움직임은 불안하다. 대책회의는 쇠고기 수입 중단과 전면 재협상뿐 아니라 경찰청장과 방송통신위원장 파면, 의료 민영화와 교육 공공성 포기,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및 고환율 정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종교계가 키워준 촛불의 기세를 밀고 나가려는 의도로 짐작한다.
아무리 애초 내건 명분이 정당하고 많은 시민의 지지로 ‘승리’했다고 믿더라도, 이렇듯 숱한 요구를 막무가내로 관철하려 한다면 잘못이다. 엄연한 헌법질서에서 국민적 합의로 그들에게 그런 대표권을 부여한 적이 없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요구와 목표를 이성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진실로 값진 ‘승리’를 거두는 지혜일 것이다. 종교계도 대책 없이 뒤로 물러 앉을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이끄는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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