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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석탄 운반하던 정선 화절령 운탄길 찬란한 초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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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석탄 운반하던 정선 화절령 운탄길 찬란한 초록 풍경

입력
2008.07.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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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 질척한 좁은 오솔길은 커다란 늪으로 안내했다. 직경 100m는 더 되어보이는 연못. 밑동이 썩어 넘어진 긴 나무기둥이 초록의 이끼 잔뜩 뒤집어쓰고 물 위에 둥둥 떠있다. 잘린 나무둥치가 물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채 삭아가고 있고 연못 주위의 쭉쭉 뻗은 나무들은 초록의 제모습을 물 위에 찍어내고 있다.

바람도 불지 않아 작은 물살도 일지 않는 잔잔한 수면. 명징한 물이 그려낸 데칼코마니다. 나무를 담은 연못 속에 숲이 고스란히 들어앉았다. 강원 정선의 백운산 자락 운탄길 가에 있는 도롱이 연못이다.

운탄길은 말 그대로 ‘석탄을 운반하는 길’이다. 정선 일대에서 무연탄이 생산되면서 이를 옮기기 위해 산자락에 길을 냈다. 백운산 두위봉을 지나는 이 길들은 정선 신동의 예미까지 이어진다. 산 허리를 구불구불 휘감는 길은 곳곳의 갱도를 잇고 달리느라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전체 길이가 80km를 넘는다.

고개를 넘는 길이 아니라 능선을 따라 달리는 이 길은 산허리를 깎고 다듬었기에 경사가 험하지 않다. 해발 1,000~1,300m 고지에 뚫린 길이라 주변 산세를 내려다보는 풍광이 일품이고, 운탄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급경사도 없어 걷기에도 편하다.

도롱이 연못의 생성도 이 길을 나게 한 석탄과 연관이 있다. 여기저기 굴을 뚫어 석탄을 캐내면서 산 속이 텅 비었을 것이다. 어딘가 갱도가 무너지며 땅이 꺼졌고 그곳에 물이 들어차 생긴 습지가 도롱이 연못이다. 이곳에서 도롱뇽 알이 발견돼서 ‘도롱이 연못’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운탄길의 백운산 자락 끝은 화절령과 이어진다. 영월 산동과 고한을 잇는 고갯길이다. 백운산은 봄철 주능선을 뒤덮는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을 이루는 곳. 그래서 봄이면 처녀들이 꽃을 꺾으며 넘는 길이라 ‘꽃꺾기재’, ‘화절령’이란 이름이 붙었었다.

그 꽃길이 근대화의 바람에 운탄길이 되더니, 이제는 트레킹과 산악자전거의 명소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폐광과 함께 운탄차도 자취를 감춰버린 운탄길. 가끔씩 나타나는 폐광의 흔적이 과거를 이야기할 뿐, 길은 숲속으로의 편안한 산책을 인도한다. 깎아지른 벼랑에 서면 1,000m급 산자락들이 발 아래서 물결치는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꽃꺾기재라는 이름 마냥 이 일대는 2월말 복수초를 시작으로 10월까지 갖가지 야생화가 맵시를 뽐낸다. 강원랜드는 하이원스키장과 가까운 운탄길 일부 10km 구간을 트레킹 코스로 개발했다. 전체를 ‘하늘길’이라 이름붙인 이곳의 작은 구간들은 화절령길, 산죽길, 낙엽송길, 박새꽃길 등 예쁜 이름을 얻었다.

등산길은 4가지. A코스는 하이원CC에서 마천봉까지 2.8km로 1시간 걸린다. B코스는 고한읍 막골에서 마천봉까지 오르는 길로 4.5km에 2시간 걸린다. C코스는 함백관 뒤편으로 올라 정상까지 이르며 4.5km에 2시간. D코스는 강원랜드호텔 주차장에서 화절령길을 통해 마천봉으로 오르는데 10.4km에 3시간이 걸린다.

트레킹 코스는 매립지 주차장 입구에서 화절령 도롱이 연못, 하이원CC로 이어지는 코스와 반대로 하이원CC에서 출발해 전망대를 지나 강원랜드 호텔로 오는 코스가 있다. 둘 다 10.2km로 3시간 가량 걸린다.

강원랜드가 개발한 하늘길 말고도 마음만 먹으면 운탄길 전체로 트레킹을 나설 수 있다. 산림청이 관할하는 임도라 길 곳곳에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ATV(사륜구동 오토바이)나 SUV 차량으로는 이동할 수 없지만 산악자전거나 일반 도보 여행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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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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