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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여쁜 들꽃물결 청량한 바람결 대덕산의 초여름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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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여쁜 들꽃물결 청량한 바람결 대덕산의 초여름 하모니

입력
2008.07.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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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에 꽃세상이 펼쳐졌다. 인적 드문 산자락에서 이제껏 토종의 기운 지켜가며 우리의 꽃을 피워낸 ‘하늘의 정원’이다.

강원 정선과 태백의 경계선에 솟아오른 대덕산(1,307m)은 강원 점봉산의 곰배령, 대관령 자락의 선자령 등과 함께 최고의 들꽃 군락지로 손꼽힌다. 대덕산과 금대봉(1,418m) 일대는 한국 특산식물과 희귀식물 수십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1993년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한 곳이다.

대덕산을 오르는 길은 두 가지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금대봉과 분주령을 지나 대덕산 정상에 올랐다가 검룡소로 내려가는 길과, 검룡소 주차장에서 출발해 대덕산 정상을 찍고 분주령으로 해서 다시 검룡소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처음 길은 4~5시간, 나중 길은 3~4시간 걸린다. 이번 ‘천상의 화원’으로의 산행은 후자의 코스를 선택했다.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인 전혜자(53)씨가 길 안내를 맡았다. 백두대간, 낙동정맥을 수차례 주파한 ‘산의 여인’이다. 1,300m가 넘는다지만 대덕산 산행은 그리 힘들지 않다. 검룡소 주차장은 해발 880m. 427m만 더 오르면 되니 시작이 반을 넘긴 셈이다.

검룡소 입구부터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은 1,000m가 넘는 산답지 않게 밋밋하고 평탄하다. 봄꽃 얼레지들이 지고 난 지금, 수풀은 깊게 우거졌고 새하얀 찔레꽃과 빨간 산딸기가 초록 사이에서 방긋 인사를 건넨다.

길이 깊어질수록 서늘한 기운도 깊어진다. 쥐오줌풀, 괭이꽃 군락을 만날때는 허리 숙여 인사하고, 초록이 고운 천남성 앞에서는 고고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느라 한동안을 지체해야 했다.

애기똥풀이 노란빛을 흩뿌리고 잎 밑에 숨은 족도리풀이 보랏빛을 머금은 것을 보면 아직도 봄은 대덕산을 떠나지 못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나뭇잎의 색도 아직 연둣빛. 봄에 머물러 있었다.

전씨가 일러주는 꽃과 풀을 보고 그 이름을 외우며 올랐다. 전씨는 “꽃과 나무를 알면 산행이 지루하지 않다”고 했다. 길에서 만나는 풀과 꽃 하나하나가 반갑고 고맙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산은 아는 만큼 즐거운 곳이다.

허덕허덕 약간의 경사를 올라 빼곡한 초록의 숲을 지나자 갑자기 하늘이 열렸다. 정상이 코 앞. 나무는 없고 거의가 풀과 꽃뿐인 초원이다. 체했던 속이 뻥 뚫리듯 활짝 열린 시야가 시원하고 장쾌하다.

풍력발전기 휘휘 도는 매봉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송신탑 서있는 함백산 자락엔 새로 생긴 서학리조트의 스키 슬로프 자락이 선명했다. 함백산 태백산 등으로 뻗어나가는 백두대간이 일렁였고, 삼수봉에서 갈라져 응봉산으로 빠져나가는 낙동정맥도 함께 물결친다. 산 너머 산이고, 첩첩이 능선이다.

대덕산 정상에 거의 다다를 무렵, 입이 떡 벌어졌다. 정상 부근 초원이 온통 범꼬리꽃으로 뒤덮였다. 전씨는 “꽃으로 난리가 났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무릎 높이의 풀밭 위로 올라온 꽃대에 막대사탕 혹은 마이크를 닮은 길쭉한 범꼬리꽃이 무리 지어 하늘거렸다. 그 향긋한 꽃밭 위로 벌들이 잉잉거리고 나비들이 나풀거렸다.

만개한 범꼬리가 지고 나면 어수리가 또 화사한 꽃으로 정상을 가득 덮을 것이다. 늦가을까지 그 주인공을 달리하며 꽃의 향연을 펼칠 대덕산 정상의 초원. ‘천상의 화원’이란 찬사가 결코 사치스럽지 않다.

꽃을 피해 바닥에 주저앉았다. 산정의 태양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알프의 만년설이나 알래스카의 빙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보다 청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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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태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여행수첩/ 태백 대덕산

▲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IC에서 나와 38번 국도로 태백까지 달린다. 태백시내 못미쳐서 하장 방면의 35번 국도로 갈아탄다. 삼수령을 넘어 로타리공원을 지나 검룡소 안내판을 따라 좌회전해 들어가면 검룡소 주차장이 나온다.

▲ 태백의 먹거리로는 한우를 추천한다. 태백시내 강원관광대학 입구의 태백한우골(033-554-4599)은 연탄불에 구워먹는 한우 고기가 맛있다.

▲ 야생화 트레킹 전문인 승우여행사는 8월말까지 매주 토, 일요일 당일 일정으로 '천상의 화원 대덕산 야생화 찾아 걷기' 상품을 판매한다. 검룡소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해 분주령과 대덕산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참가비는 3만9,000원. (02)72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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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 국내 고갯길 최고 만항재

대덕산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다. 주차장에서 1.3km, 대덕산 등산로 갈림길에서 600m 거리에 있다.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짙은 초록의 숲터널.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시원해진다.

검룡소는 한강의 시원이라는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단지 그 모습만으로도 진한 감동을 준다. 이무기가 몸부림치고 올라간 흔적이라는 굽이친 물길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끼 낀 바위 사이에서 힘찬 물길이 콸콸 쏟아져 내려온다.

검룡소의 용출수는 금대봉 자락의 고목나무샘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이곳에서 다시 솟아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철 수온 9도에 하루 2,000톤씩 뿜어져 나온다는 이 물은 임계-정선-충주를 지나 515km를 굽이굽이 흘러 한반도의 젖줄이 된다.

대덕산의 야생화를 한곳에 모아놓은 곳이 있다. 태백시 삼수동의 용연동굴 앞이다. 동굴 입구 전시장에 금대봉과 대덕산에서 자라는 야생화가 형형색색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 피어난 꽃들은 하늘나리, 달맞이, 패랭이, 산꿩의다리 등이다.

용연동굴 앞에는 이 꽃전시장을 보다 확대한 9,000㎡ 규모의 ‘야생화 테마공원’이 조성된다. 현재 기반시설은 거의 완성됐다. 내년에는 이곳에서 보다 화려한 꽃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용연동굴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920m)에 자리한 자연 동굴이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용연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관람료 어른 3,500원, 학생 2,500원, 어린이 1,500원. 열차 탑승료 1,000원. 용연동굴관리사무소 (033)550-2727

■ 국내 고갯길 최고 만항재 - 발아래 백두대간 장엄

정선의 고한을 지나 태백의 경계를 넘기 직전, 두문동재 옆에 국내 고갯길 중 가장 높은 만항재(지방도 414호)가 있다. 태백시내와 백두대간이 눈 아래 펼쳐지는 장관을 맛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탄광에서 흘러내린 침전물로 뻘건 색을 한 계곡물을 따라 오르면 얼마 안 가 천년고찰 정암사를 만난다. 신라시대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부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국내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절 마당의 개울을 건너면 아담한 ‘적멸궁’이 있다. 보통 절로 치면 대웅전인 이 건물의 문을 조심스레 열어 보니 단 위에는 부처는 안 계시고 노란 방석 뿐이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니 따로 불상이 필요 없기 때문. 적멸궁 위의 산자락에 세워진 수마노탑에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정암사 안쪽의 물길은 열목어가 사는 청정계곡이다.

만항재의 제일 꼭대기 부근, 함백산 등산로 입구에도 만항재 야생화 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 앞 삼거리에서 태백고원훈련장 쪽 길로 접어들면 서학리조트를 끼고 태백시내로 내려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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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ㆍ정선=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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