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첫 임시국회 종료일인 어제도 끝내 국회가 열리지 못했다. 헌정 60년 사상 처음으로 개원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하지 못한 부끄러운 기록이 세워졌다. 외교적으로 국가원수 못지않은 환대를 받아 마땅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회연설이 불발한 것만 해도 이만저만 아쉬운 게 아니다. 조속한 심의 손길을 기다리는 민생 관련 법안이 줄지어 있고, 국정쇄신에 불가결한 대폭 개각을 언제까지 미룰 수 없다는 점에서도 조기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이 등원을 거부하면 단독으로라도 국회의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던 한나라당이 대화를 통한 ‘합의개원’ 원칙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국회 정상화를 고리로 최대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통합민주당의 자세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렇다고 대화와 타협을 존중해야 할 국회가 힘의 우위를 근거로 한 일방적 강행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나 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가 단독 개원에 부정적 자세를 보이며 ‘합의개원’을 강조한 것이 주효한 셈이다.
민주당에도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당지도부와 의원들이 대거 참여할 방침이긴 하지만 장외투쟁 쪽으로 기울었던 무게중심이 조금씩 등원 쪽으로 옮겨오고 있음은 ‘원내외 투쟁 병행론’ 등에서 확인된다. 손학규 전 대표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결단을 내려 국회를 정상화,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피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도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가 이런 주문에 귀 기울인다면, 제헌 60주년 기념행사가 시작되는 11일 이전의 국회 정상화도 기대해 봄 직하다.
민주당의 변화 조짐은 여론의 국회 정상화 요구가 날로 커진 때문이다. 촛불집회의 추진력이 많이 떨어졌고,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인기를 끄는 등 바닥 민심의 변화도 엿보이는 마당이다. 반면 내부적으로 활발히 검토했다는 사회ㆍ시민단체와의 적극적 연대 방침은 어쩐지 오래 전의 ‘재야와의 연대’를 연상시켰다. 전당대회가 새 지도부 선출에 끝나지 않고, 국회 본연의 책무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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