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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입력
2008.07.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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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서키 지음ㆍ송연석 옮김/갤리온 발행ㆍ344쪽ㆍ1만5,000원

촛불집회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촛불만큼 뜨겁다. 이것은 한국식 민주주의의 도래인가,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당초 한 억울한 죽음에 대한 추모의 형식으로 시작된 촛불 집회는 온 – 오프 라인을 휩쓸며 엄청난 동력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제목은 그 과정을 압축한다. 미증유의 ‘대중’이 탄생한 것이다. 10년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현대 세계는 ‘조직 없는 조직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2006년 손해 배상을 요구 하는 투자자들의 조직적 항의 앞에 결국 공식 사과해야 했던 HSBC(홍콩-상하이 은행), 무단 회항 사건이 시민 서명 운동으로까지 비화해 CEO가 사임해야했던 아메리칸 항공 등의 사례는 얼굴 없는 다수의 위력을 절감케 했다. IBM 등 첨단 기술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인재들이며, 그들 불특정 다수의 의견은 기업을 움직인다. 인기 웹사이트인 ‘위키디피아’ 백과 사전은 다수의 분산 협업이 이뤄낸 대표적 성과물이다.

이 시대, 사람들은 조직이 없이도 강력히 조직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Here Comes Everybody’가 원제인 이 책은 새 개념의 대중이 만들어가는 사회상을 펼쳐 보인다.

한 소비자가 웹에 올린 소박한 의견이 무수한 댓글을 유발하고 언론의 관심을 끈다. 이어 관련 회사나 단체들은 블로그에 링크를 걸고, 사람들은 기부금ㆍ서명ㆍ전화 걸기 등으로 응답한다. 이제 문제의 회사가 사죄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새로운 혁명’은 그렇게 진행된다.

이 책은 2006년 뉴욕타임스 기자의 취재원 보호 사건 등 커뮤니케이션을 두고 최근 세계에서 벌어진 사례들을 예화로 제시, 생생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한물간 뉴스가 시간이 지난 후 특종으로 돌변하는지, 정보의 병목 현상과 뉴스의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뉴스 제작 방식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 혁명적 변화에 직면한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속사정도 해부한다. 비즈니스월드 지는 이 책을 두고 ‘Real World 2.0’이라며 책의 분석력과 예측력을 높이 샀다.

이 책은 갤리온 출판사가 학문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의들을 일반의 언어로 소개하는 ‘크리에이티브 클래식’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어 <클루자 – 인간 마음의 우연적 구성> , <미러링 피플 – 우리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등이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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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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