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이 겨우 133위인 중국의 테니스 스타 정지에가 전통의 윔블던대회 4강에 오른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아시아 선수가 이 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은 다테 기미코(일본) 이후 12년 만이며 중국 선수로는 처음이다. 비너스 윌리엄스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지에는 4억원 가량의 상금을 대지진 피해를 당한 고향 쓰촨성 청두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갈채를 받았다. 이미 5월의 프랑스 오픈 때도 6,500만원 가량의 상금을 기부한 바 있다. 귀국하면 자원봉사활동도 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성금을 내고 칭찬을 듣기는커녕 욕만 먹은 사람들도 많다. 한 부동산재벌은 3억원도 안 되는 돈을 내밀었다가 네티즌의 맹렬한 성토와 그 기업 주식 팔기, 그 건물 입주 않기 운동에 부딪혀 앞으로 3~5년간 1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한해 600억원 가량을 버는 미 NBA(프로농구) 스타 야오밍도 7,000만원을 내놓았다가 망신만 당했다. 3억원 가깝게 성금을 늘린 야오밍은 그것도 모자라 피해지역의 학교 건립을 위해 200만 달러를 들여 재단을 세우기로 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중국 대륙을 뒤흔든 쓰촨 대지진이 기부문화까지 바꾸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경제발전과 함께 이미 미 달러화 기준 억만장자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인 나라(월 스트리트 저널)가 됐지만, 그에 걸맞은 자본주의 윤리나 재벌관, 기부문화는 형성되지 않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상당히 앞서 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최경주 김장훈 박찬호 김미현 박세리 홍명보 이승엽 김연아 문경은 등등 이름을 다 대기 어려운 기부천사들이 참 많다.
▦그런데 부산대 송사는 이런 자부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80대 기업인이 자기 고향에 대학 캠퍼스가 조성되는 것을 돕기 위해 맺었던 기부 약정을 파기하겠다는 소송이다. 약정액 305억원은 우리나라 기부 사상 최고액이었는데, 대학측은 지금까지 받은 195억원의 대부분을 전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담이 추문이 됐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성금이나 기부금은 주는 사람이 아름답지만, 받는 쪽에서 예의와 약속을 지켜야만 그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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