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첩보입수에서 검거까지/ "탈레반 있다"… 한달여 잠복후 2차소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첩보입수에서 검거까지/ "탈레반 있다"… 한달여 잠복후 2차소탕

입력
2008.07.07 00:19
0 0

지난 3월 13일, 파키스탄 사법 당국은 아라비아해와 접하고 있는 최대 도시 카라치항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는 수상한 컨테이너를 발견하고 급습했다.

컨테이너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과산화수소라고 명기돼 있었지만 과산화수소는 일부였을 뿐, 실제로는 14톤이 넘는 무수초산이었다. 무수초산은 폭약(TNT) 연료로도 쓰이지만, 생아편 정제에 쓰일 경우 7톤 이상의 헤로인을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파키스탄 사법 당국은 이 무수초산이 아프간의 무장단체 탈레반에게 전달되기 위해 운송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즉시 이 물질의 아프간 유입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무수초산을 실은 컨테이너가 한국에서 출발한 사실을 확인, 인터폴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한국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즉시 해당 컨테이너의 이동 경로 역추적에 착수했다. 컨테이너 출발지인 부산항에서 확인한 결과, 무수초산의 출발지는 경기 지역 공단에 있는 한 화공약품 공장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무수초산 구입 및 밀반출 범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파키스탄인 H씨가 한국인 4명과 또 다른 파키스탄인 등 외국인 5명이 함께 꾸민 사실이 포착됐다. 경찰은 4월과 5월 한국인 4명과 파키스탄인 Q씨 등 6명을 붙잡았다.

그러나 H씨와 외국인 일당 3명은 경찰 수사 착수 직전에 외국으로 출국한 뒤였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무수초산 50톤을 이른바 ‘커튼치기’수법으로 몰래 밀반출시켰다. 이중 파키스탄 사법 당국에 적발된 14톤을 뺀 나머지 36톤의 행방이 묘연한데, 경찰은 탈레반 조직에 이미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즉시 인터폴을 통해 H씨와 외국으로 도피한 외국인 3명에 대한 적색수배를 내렸다. 이후 H씨는 지난달 13일 두바이에서 현지 사법 당국에 의해 체포돼 현재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추가 수사를 계속하던 경찰은 얼마 뒤 더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H씨 일당과 같은 수법으로 무수초산을 빼돌리려는 또 다른 일당이 있고, 이들 중에 탈레반 조직원이 있다는 첩보였다.

경찰은 한달 이상 잠복한 끝에 2일 경기 안산시의 한 화공약품 공장을 덮쳐 이 공장에서 K씨와 인도인 P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차량용 엔진오일로 둔갑해 밀반출되려던 무수초산 12톤을 압수했다.

수사결과 H씨와 K씨 일당은 국내 도매상들이 화공약품이나 염료를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 수입한 무수초산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출용 컨테이너 안쪽에 무수초산을 집어 넣고 바깥쪽에는 차량용 엔진오일이나 과산화수소, 또는 생수를 배치하는 ‘커튼치기’ 수법을 이용, 무수초산을 다른 물질로 둔갑시킨 뒤 이를 파키스탄과 이란으로 ‘수출’했다. 일당들은 이후 아프간을 상대하는 무역상을 통해 무수초산을 아프간으로 들여 보냈다.

경찰은 K씨와 H씨 일당이 탈레반을 매개로 서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추가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무수초산/ 코카인·모르핀 만들려면 반드시 필요

무수초산(無水硝酸ㆍAcetic Anhydride)은 질소 산화물의 하나로 무색의 불안정한 고체이다. 물에 녹으면 질산이 된다. 화학식은 N2O5. 생 아편을 정제해 헤로인과 모르핀을 만들려면 반드시 이 물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마약류 관리법은 규제 대상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또 폭약(TNT)를 만드는 원료로도 쓰인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으로 반입되는 대부분 무수초산은 헤로인 정제를 위해 쓰이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마약 관련국들은 이 때문에 무수초산 수출입 과정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우 염색 약품이나 화공 약품으로 쓰이고 있어 수출입 과정에서 특별히 통제하거나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