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각급 대표팀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4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준비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허정무 감독 등 축구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연석 회의를 진행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대표팀의 부진에 책임을 통감해 사퇴를 결심했다”며 2005년 12월 취임 후 2년7개월간 맡아온 기술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감독을 잘 보좌하고 대표팀이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인데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과정에서 책임을 느꼈다”며 ‘사퇴의 변’을 털어놓았다.
이 위원장은 “허 감독과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3차 예선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최종 예선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허 감독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3차 예선 과정에서 드러난 허 감독과의 ‘시각 차이’가 사퇴 결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파주 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기술위원회에서 “대표팀이 선수들을 정예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차 예선 도중 늘 “선수들에 대한 테스트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 허 감독의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발언이다.
기술위원회는 4일 회의에서도 허 감독의 선수 교체 타이밍과 전술 운용 등에 대해 날이 선 비판을 가했다. 지난달 22일 북한과의 3차 예선 최종전이 끝난 후 “희망을 봤다”며 오장은(울산), 김치우(전남)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 점검에 만족감을 나타냈던 허 감독의 견해와 큰 격차가 느껴진다.
허 감독과 이 위원장은 2007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골키퍼 이운재(수원) 사면과 관련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후임 인사를 서두르겠다고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기술위원회 사퇴로 베이징 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상대의 전력 분석 등 업무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잇단 졸전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허 감독에 대한 여론의 압박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의 전술과 선수 기용, 정신력 등에 모두 문제가 있다며 ‘허정무호’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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