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가계의 금융기관 대출 연체율이 급증, 일각에서 ‘한국판 서브 프라임 사태’를 우려하는 분석까지 나온다고 한다. 정부가 ‘7ㆍ4ㆍ7’로 표현되는 MB 노믹스의 공식 폐기를 자인한 시점에 이런 불길한 신호가 켜지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방적 조치는 빠를수록 좋은 게 상식이다. 하지만 단기 수익성 제고에 급급해 무리한 외형 확장을 일삼던 금융권이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식으로 돌연 위험 운운하니, 멍드는 것은 중소기업과 서민뿐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은행권의 5~6월 중기대출 연체율은 2%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올들어 0.6%포인트 가량 뛴 수치다. 특히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 부동산임대업 음식ㆍ숙박업 등의 대출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져 3분기 이후 연체율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그나마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으로 규제해온 가계대출은 아직 큰 문제가 없으나 이것 역시 마음 놓을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자 금융권은 중기와 가계 대상의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기존대출도 조기 회수하는 등 자구책을 서두르고 있다. 감독당국이 지난해 말 금융불안의 요인으로 중기대출 과다 및 부실 가능성을 수차 경고했을 때는 귀 막고 있던 은행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호들갑을 떠는 셈이다. 때맞춰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줄인다며 여신관리 강화 카드를 내놓았으니 은행권으로선 울고싶던 참에 뺨 때려준 격이다.
굳이 외환 위기 때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리스크 관리는 금융의 생명과 같다. 문제는 그 기준이 은행권의 편의에 따라 들쭉날쭉 적용되는 점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물가상승과 경기위축에 자금난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서민가계도 은행문턱을 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유동성관리의 취지를 악용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은행권은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구멍가게식 경영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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