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의 출범은 오너뿐 아닌 주주들에게 더 큰 부를 창출해 수익을 돌려주는 경영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일본의 대기업들처럼 주주 중심의 효율적 경영체제가 결국 삼성이 가야 할 길입니다.”
국내 최초로 사회책임펀드(SRI)인 기업지배구조개선(ESG)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알리안츠자산운용 이원일(49ㆍ사진) 대표는 3일 본지 인터뷰에서 “부적절한 ‘부(富)의 이전’에 대한 시장의 감시가 강화되고 기업지배구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재투자나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부를 경영세습 등 다른 목적으로 부당하게 쓰는 것을 사회적으로 막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맥락에서 삼성의 독립경영체제는 전후(戰後) 일본의 오너체제 해체이후 대기업들이 주주중심의 경영체제로 옮아갔듯 삼성역시 그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일본대표 화장품 제조업체인 시세이도는 지난달 말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유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경영권 방어장치인 독소조항(포이즌 필)을 정관에서 없애고 보상을 성과주의로 바꾸면서 주가가 20%나 올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삼성 역시 독립경영 체제하에서는 오너중심서 탈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에 모든 역량이 실리는 실질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결국 일본 도요타나 미쓰비시 등과 유사하게 이건희 전 회장은 창업 주 가족으로서 대주주로만 남게 돼, 과거처럼 삼성의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오너로서의 역할에서 점차 멀어질 것이라고 그는 관측했다.
삼성 대표 계열사에 대한 사회책임펀드들의 주주행동주의와 적대적 M&A시도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KT&G의 M&A를 추진했던 칼 아이칸의 사례를 들면서 “칼 아이칸은 모토로라에 대한 6%의 지분으로도 에드젠더 CEO를 갈아치웠다”며 “저조한 실적과 주가하락, 이에 따른 배당감소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국제적으로 자금 규모상 가장 많은 형태의 헤지펀드가 지배구조펀드이고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매니저 역시 지배구조펀드를 취급하는 사람”이라며 “독립경영 체제로 나선 삼성 대표기업에 대한 펀드들의 관심도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특히‘주주 행동주의’성공사례는 일본에서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최근 일본의 가발업체인 아데란스와 삿보로 맥주, J-파워 등은 이들 펀드가 추진한 이사해임, 배당금 인상, 공개매수 등의 주주행동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삼성 역시 조만간 주총에서 정관상에 포인즌필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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