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에스툴린 지음ㆍ김수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369쪽ㆍ1만5,000원
세상은 예외적 소수에 의해 움직인다. 1968년 유럽에서 태어난 로마 클럽이 좋은 예다.
이 모임은 세계의 과학자ㆍ경제학자ㆍ기업가ㆍ고위 공무원 등이 만든 국제 씽크 탱크다. ‘지구 사회의 목표’, ‘낭비의 시대를 넘어서’ 등의 묵직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촌의 당면 과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빌더버그 클럽에 비하자면 로마 클럽은 공익성 강한 세계 학술원이다.
이 클럽의 영향력은 현실적으로 막강하며, 조직은 극히 폐쇄적이다. 스페인의 기자 다니엘 에스툴린은 비밀의 문 너머를 보려 했고, 16년 동안 그에 대해 추적 보도하면서 죽을 고비까지 겪어야 했다.
세계의 큰 손들이 네덜란드 빌더버그의 한 호텔에서 은밀한 첫 회합을 가졌던 것은 1954년. 이후 ‘빌더버그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 모임은 미국외교협회(CFR), 삼각위원회(TC)와 함께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 엘리트 집단으로 세계의 주요 정ㆍ재계를 조종하는 막후 실세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아이젠하워 이후 미국의 대통령들이 모두 클럽 회원이었고 블레어 영국 수상, 조스펭 프랑스 수상,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힐러리 클린턴 미 대통령 후보,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 유럽 각국의 왕실, 세계적 언론 재벌 등이 바로 그 클럽의 비밀 회원이라고 한다. 내로라하는 거물들이지만, 보안이 워낙 철저해 클럽 존재의 비밀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이 주장하는 빌더버그 클럽의 ‘업적’은 가히 무소불위의 경지다. 포클랜드 전쟁, 알도 모로 이탈리아 총리 암살, 알리 부토 파키스탄 대통령 암살, 이란의 호메이니 옹립 등 현대사의 결절점을 만들어 온 사건들이 모두 이 집단에 의해 유발됐다고 책은 주장한다. 책의 진술대로라면 그들이야말로 ‘악의 축’이다.
세계 도처의 테러, 유가 상승, 금융 위기 조작 등 그들의 음모는 끝이 없다고 폭로한다. 불안을 극단적으로 고조시켜 대중이 자발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포기, 전체주의를 지지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들 궁극의 목표가 ‘시민 사회의 종말’, ‘전 인류의 노예화’라는 대목은 독자들의 이성을 시험하는 듯 하다. 책은 다소 황당하고, 심지어 음모론적이기까지 하지만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2005년 스페인에서 선보인 이 책은 42개국에서 24개 언어로 번역된 것을 비롯,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더니 영화 제작 판권까지 이뤄진 상태다. 보다 깊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은 저자의 홈 페이지(http://danielestulin.com)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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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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