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게릴라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6년여 동안 인질로 잡혀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46)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와 미국 민간인 3명, 콜롬비아 군ㆍ경을 포함한 15명의 인질이 2일 콜롬비아군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됐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2일 수도 보고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 한번 쏘지 않은 완벽한 작전으로 모든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출했다”며 작전 과정에서 게릴라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와 프랑스 이중 국적자로 2002년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 FARC에 납치된 베탕쿠르는 이날 보고타 인근의 카탐 군 기지에 도착, 어머니, 남편 등 가족과 상봉한 후 “완벽한 콜롬비아군의 작전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이번 구출을 계기로 콜롬비아에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베탕쿠르는 지난해 말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극도로 창백한 모습이 공개된 후 간 질환 등 지병으로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문에 휩싸였지만 이날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콜롬비아와 프랑스 국적을 보유한 베탕쿠르는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콜롬비아에 봉사하기를 갈망한다”고 밝혀 2010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탕쿠르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6년 간의 악몽이 끝났다”며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칭송했으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역시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날 한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콜롬비아 반군들은 조건 없이 남은 인질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외신에 따르면 콜롬비아 군은 비정부기구(NGO) 직원으로 위장한 정예요원을 인질들이 붙잡혀 있던 남부 과비아레주 정글로 투입, ‘새 지도자 알폰소 카노가 인질 수송을 부탁했다’는 말로 FARC 지휘부를 속여 헬기 2대를 이용해 인질들을 구출했다.
함께 구출된 미국인 3명은 미 군수업체 직원들로 2003년 경비행기 추락 후 FARC에 인질로 붙잡혔으며, 이날 미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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