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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상(新商)'이 아니라도 좋은 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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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상(新商)'이 아니라도 좋은 건 많다

입력
2008.07.0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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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행어가 있다. 이미 사용되던 말들이 유행어가 되기도 하지만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유행어는 시대를 비치는 거울이다.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한 눈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최고의 인기 단어는 아무래도 ‘신상’, ‘신상녀’이지 싶다. ‘신상’이란 신상품(新商品)이라는 단어를 줄인 말이고, 이런 트렌디한 신상품을 선호하는 여성을 뜻하는 말이 ‘신상녀’이다.

인기 있는 TV프로그램의 여자 출연자가 ‘신상 구두’라고 외치는 말에서 비롯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단어는 요즘의 소비문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남들보다 먼저, 또 남들이 모두 가지기 전에 먼저 쓰고 싶다는 욕구이자 트렌드를 주도하고 이끌어 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신상녀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에는 된장녀라는 단어가 한동안 대중문화의 핫 이슈였다. 하지만 이 ‘된장녀’라는 단어에는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하고 허영을 부리는 여성들을 은근히 비꼬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소비라는 측면에서만 비교하자면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신상녀의 의미는 된장녀와 다르다.

신상녀는 당당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대중을 이끌고 문화의 흐름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근 1, 2년 사이에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바뀐 탓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도 ‘신상’이 있다. 일주일 단위로 많게는 열 편에 가까운 신상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근 몇 년 사이에 편수가 늘어나다 보니 선택의 폭은 넓어졌고 새로운 영화가 등장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더 많이, 더 빨리 접할 수 있겠지만 웬만큼 화제가 되지 않으면 개봉하는지도 모른 채 묻혀 버리기 일쑤다.

가끔,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찾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어쩌다 개봉하는 날을 놓치면 이미 새로운 영화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져 버린 뒤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많으니 상영관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기가 어려운 형편인 걸 알지만 개중엔 놓친 것이 아까운 영화들도 꽤 있었을 텐데.

하지만 개봉일에 꼭 맞춰서 보지 않아도, 극장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만 감수한다면 남들이 다 보고 난 다음에 영화를 보는 것도 꽤 즐거움을 준다. 먼저 보고 어느 부분이 재미있고 어느 부분이 아쉬웠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아, 이래서 그런 말을 했구나”하고 공감하는 발견의 기쁨이 있다. 그래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를 비디오나 DVD, 케이블 방송 등으로 보다 보면 꼭 옥석을 만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영화들도 많다.

명절 때마다 방영해 주는 영화들처럼,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명작영화들처럼, 오래됐기에 더 좋은 영화들도 많다. 친구, 묵은 된장, 묵은지, 책, 그리고 고전영화…. 그들이 가진 향기에 때론 뜻하지 않은 기분 좋음을 선물 받기도 한다.

집, 차, 아내, 오래될수록 칭찬 받는 것이 있다고 했던가.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하던 광고 속 멘트마냥 신상이 아니더라도 좋은 것들이 세상에 참 많다.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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