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립발레단 창작발레 '오델로' 11일부터 첫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립발레단 창작발레 '오델로' 11일부터 첫선

입력
2008.07.04 06:19
0 0

“이아고, 저놈을 어떻게 죽였으면 좋겠나?” “몹쓸 짓을 하고도 뻔뻔스럽게 웃어 대는 걸 보셨지요?” “아, 이아고! 분명히 내 손수건이던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부인을 바보 취급하는 것도 보셨고요. 부인께서 주신 것을! 그 창녀한테 주다니.”

연극의 한 장면이 아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장운규와 이수희가 격렬한 2인무를 추면서 동시에 대사를 뱉어낸다. 국립발레단이 11~1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첫 선 보이는 창작발레 <오델로> 의 한 장면이다.

90년대 국립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던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 박상철(국립발레단 지도위원), 백영태(강원대 교수)가 셰익스피어의 <오델로> 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안무, 세 개의 <오델로> 가 한 무대에 올려진다. 여기에 연극 연출가 송현옥(세종대 교수)이 참여, 막 사이마다 연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스토리 전달을 돕는다.

무용수들은 소리를 지르고 절규하거나 직접 대사를 소화하기도 하고, 자신의 심리를 대변하는 배우의 내레이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서로 다른 발레와 연극이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지는가가 이 작품의 관건이다.

제임스 전의 <오델로> 는 상상 속에서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오델로의 감정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의자가 주요 소품으로 등장,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에게 느끼는 모성을 표현한다.

박상철의 <오델로> 에서는 이아고가 중심이다. 원칙적이고 강직한 이상주의자 오델로의 대척점에 있는 이아고의 현실적 캐릭터를 발레로 형상화한다.

백영태의 <오델로> 는 데스데모나의 죽음 이후가 출발점이다. 오델로의 분신 10명이 등장해 자기 분열을 드러내는 강렬한 군무를 선보이고, 결국 홀로 남겨진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와 회한에 찬 2인무를 추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연출가 송현옥 교수는 “단순히 스토리를 무용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해석과 안무가들의 독창적 스타일을 통해 오델로의 콤플렉스를 다층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면서 “연극은 각기 다른 구슬을 하나로 꿰어 목걸이로 만드는 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연극을 도입해 발레의 표현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점 뿐 아니라 국내 안무가의 육성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백조의 호수> 나 <지젤> 같은 클래식 발레와 달리 창작 발레는 대중의 호응이 높지 않아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면서 “그간 경영상의 문제로 국내 안무가의 작품을 많이 올리지 못했지만 이번 작품의 호응이 좋다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발레로 만드는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셰익스피어 뿐 아니라 한국 고전을 발레로 만드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제임스 전의 <오델로> 에서 이아고 역을 맡은 장운규는 “외국 안무가와 작업할 때보다 교감도 훨씬 잘되고,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02) 587-6181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