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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반대 뒤엔 '촛불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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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반대 뒤엔 '촛불계보'

입력
2008.07.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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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정국을 거치면서 통합민주당에 새로운 ‘계보’가 등장했다. 이념적 노선과 정체성도 다르고 살아온 이력도 각양각색이지만 촛불집회 참여 이후 당내 최대현안인 등원 문제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 안팎에선 이들에게 ‘촛불계보’라는 애칭을 붙여 줬다.

민주당의 새로운 의견그룹으로 부상한 촛불계보에는 강기정 김상희 김재균 김재윤 김희철박선숙 서갑원 안민석 이석현 이용섭 주승용 천정배 최영희 최재성 의원 등이 포함된다. 선수(選數)도 다양하고 공통된 정치적 경험도 많지 않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관료 출신도 있고 진보ㆍ개혁 성향의 재야 출신도 있어 언뜻 보기엔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달 30일 등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개최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너나 없이 “정부가 촛불집회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야당 의원들이 폭행당하는 등 이른바 신공안정국이 조성되는 와중에 등원을 결정하는 건 의도와 무관하게 촛불민심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이날 등원을 결정코자 했던 당 지도부와 중진그룹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외견상 뚜렷한 공약수를 찾기 힘든 촛불계보가 가장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낸 것은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극에 달했던 지난 주말에 국민보호단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일부 동료 의원과 시민들이 강경진압으로 부상을 입는 장면을 지켜봤다.

조기등원론자였던 주승용 의원조차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문책 전에는 등원할 수 없다”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촛불계보가 향후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일정한 공감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소수야당이 현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중진의원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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