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탈리아의 대성당에 낙서한 일본 대학생들이 정학 처분을 받고 최근 고교 야구감독이 해임까지 당하자 피해를 본 이탈리아가 도리어 놀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월 이탈리아에 수학여행 간 일본 기후(岐阜)시립여자단기대 학생들이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전망대 벽에 기념 낙서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15세기 초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인 이 성당은 물론 낙서가 금지돼 있지만 “이름을 남기면 소원을 이룬다”며 근처에 펜을 파는 상인이 있을 정도로 관광객 낙서가 흔한 곳이다. 일본 대학생의 낙서를 발견하고 이를 학교에 항의한 것도 일본인이었다.
학교는 인솔 교원과 학생을 주의 조치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성당에도 복구 비용을 책임지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사건 보도 뒤 일본인 낙서가 추가로 알려져 교토산교(京都産業)대 학생 3명이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고, 급기야 2년 전 신혼여행 가서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남기고 온 이바라키(茨木)현 조반(常磐)대 고교 야구부 감독은 지난 달 29일자로 해임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주요 신문은 1일자 1면에 감독 해임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엄벌’이라고 보도했다. ‘(낙서)행위는 심했지만 해임이나 정학은 지나치다’ ‘낙서가 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탈리아인에게 좋은 교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성당 보수책임자 파올로 피앙키니씨도 “낙서는 용서할 수 없지만 일본인이 깊이 사죄하는 데 탄복한다”고 말했다. 성당에는 16세기 피렌체를 정복한 귀족이 이름을 남긴 것을 비롯해 낙서의 역사가 오래됐고 실제로 낙서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어와 영어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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