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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민간 중용' 공염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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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민간 중용' 공염불 되나

입력
2008.07.0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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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있는 민간쪽 인사를 중용하겠다던 공언이 점점 더 무색해지는 분위기다. 막바지에 다다른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사에서 정치인 낙하산과 ‘모피아’(MOFIAㆍ옛 재무부ㆍ재경부 출신 관료)들의 부활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는 안택수 전 한나라당 의원의 내정설이 힘을 얻고 있다. 안 전 의원이 공모에 응할 때부터 나돌던 내정설은 3배수 후보로 압축된 상황에서 더욱 굳어지는 양상이다. 신보 관계자는 “처음부터 워낙 눈에 띠었던 후보이기 때문에 추측에서 내정설이 나오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은 국회 재경위, 정무위에서 활동한 것 외에 신용보증 업무에 별 전문성도 갖추지 않았는데도 3배수 후보에까지 들었다. 더구나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구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던 점 때문에 이미 청와대와 이야기가 끝난 것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18대 국회 입성이 좌절된 데 대한 보상차원이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제청을 해서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만 청와대의 의견을 들어서 한명을 제청한다”고 말했다. 누구를 제청 할 지부터 청와대가 사실상 나선다는 뜻이다.

신용보증기금과 통합가능성이 높은 기술보증기금도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기보 임원추천위원회에서는 현 한이헌 이사장, 신동규 전 수출입은행장을 포함해 4명을 금융위원회에 추천했지만, 금융위는 “이미 불신임을 받은 현 이사장이 후보에 포함된 것을 부적절하다”며 아예 재공모를 지시했다. 때문에 기보는 1일부터 15일까지 기관장 공모를 다시 진행하고 있는데, “기보 이사장도 결국은 정치권 등의 낙하산 인사가 내정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다른 금융공기업 기관장 후보 중에서 ‘모피아’출신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수 십년간 금융계를 장악해온 ‘모피아’들은 현 정부 출범초 이명박 대통령의 비판발언으로 숨죽여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특유의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투자공사(KIC) 사장후보 3배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진영욱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외환위기 당시 실무책임자의 한 사람으로 10년전 불명예 퇴진했지만, 이번에 우리나라 ‘국부펀드’운용을 담당하는 KIC사장에 도전하게 됐다. “환란책임자에게 국부펀드를 맡기는 것이 옳은가”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모피아의 지원이 없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모피아’인 진동수 전 재경부차관과 내부 출신 김진호 전 전무가 경합중인 수출입은행장도 마찬가지. 은행 창립 이래 첫 내부 출신 CEO에 도전하는 김진호 전 전무가 민간우대원칙이나 전문성, 조직장악력 등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행장 추천권을 쥐고 있는 재정부에선 “팔이 안으로 굽듯이 굳이 1명을 추천하라면 선배를 밀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란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계에선 “최근 촛불정국 등으로 공공개혁 분위기가 이완된 틈을 타 모피아들이 다시 뭉치고 정치인 낙하산이 부활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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