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선이 잠시 붕괴된 3일 오전 시장은 야단법석이었다. 각 증권사 지점엔 “1,500도 위험한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푸념이 이어졌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한강(자살을 뜻함)에 함께 가자” “하루아침에 몇 천만원을 날렸다” “앞으로 1,000까지 떨어진다” 등의 글로 넘쳐 났다. 급기야 ‘모 증권사 직원이 투신자살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았다. “누군가 죽어야 (증시가) 바닥”이라는 무시무시한 속설에 기댄 헛소문이었다.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온갖 루머와 설익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달 반 새 200포인트 넘게 빠진, 전날 하루만 40포인트 이상 추락한 우리 증시는 이미 어두운 터널의 한복판에 서있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공포를 더욱 부추기는 건 “모두 노출된 악재들인데…. 왜”라는 시장의 분석 첫머리다. 우리 증시의 끝 모를 추락을 방관하는 주범은 누구일까.
고유가 경기둔화 신용위기 등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는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센터장은 “고유가 지속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와 글로벌 경제 침체 본격화 우려, 미국의 신용위기 지속 불안감 등이 근본적 하락 원인”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세운 긴축(유동성 관리)도 증시 압박 요인이다.
그러나 2, 3일 이틀동안 이어진 투매 조짐을 설명하기엔 2% 부족하다. 결국 시장에선 ‘심리’가 ‘지표’를 압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죽하면 유럽 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 결과보다 그날(현지시간 3일)이 빨리 지나가는 게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수급의 실종이 그 증거다. 최근 증시의 3대 매매 주체는 ‘거침없이 팔아치우는’ 외국인, ‘한계에 다다라 던지는’ 개인, ‘무기력하게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하는’ 기관으로 나뉠 뿐이다.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셈이다. 기관이 방어를 한다지만 프로그램매매 덕분이다. 쉽게 말해 감정이 없는 기계(프로그램매매)만 사고 있지, 심리를 가진 인간은 매도 욕구만 충만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거래일째 6조원 가까이 팔아치운 외국인보다 개인과 기관의 심리적 투매가 더 무서운 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순호 유진증권 연구원은 “그간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진 못했지만 투신을 비롯한 기관이 매수로 균형을 맞춰왔는데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개인이 사흘 연속 투매성 물량을 내놓은 게 폭락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3일 구원병으로 나선 연기금의 ‘사자’ 공세가 없었다면 지수는 1,600선 밑으로 고꾸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울한 건 과거 투매 양상을 분석해보면, 단번에 조정이 마무리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셀 코리아’를 주도하는 외국인과 어깨동무를 하기 시작한 개인에 이어 늘어나는 기관의 손절매 가담도 부담스럽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2일과 같은 폭락은 지나치다라는 판단이지만 (투자심리 위축이) 아직 클라이맥스를 넘거나 패닉 국면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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