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가 다가오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버스와 열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증가하고 있고 관공서와 회사에서도 절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참에 소비패턴을 확 바꾸어 놓을 필요가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살면서도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서울시가 10명중 4명만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파리 시민은 6명, 동경 시민은 9명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는 소형차가 많이 다니고 도로의 차로폭도 좁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도로의 숨겨진 6%만 되찾아도 60조원을 버는 셈이 된다.
우리나라의 차량의 자동변속기 장착비율은 98%이고 유럽은 60%에 불과하다. 수동에 비해 자동이 기름을 30% 더 소모한다고 한다. 우리 수동비율이 유럽 수준만 되어도 연간 5조 5,000억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KTX의 원조 격인 프랑스 ‘떼제베’는 본래 디젤엔진으로 고안되었다. 1973년 석유파동을 겪은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은 교통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특히 고속 ‘열차’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투자비도 더 들어가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전동차 ‘떼제베’를 밀어붙였다.
그래서 고속 ‘전철’이 된 것이다. 철도의 시대는 한물갔으니 투자할 필요가 없고 디젤엔진이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역사 속에 찾아볼 수가 없다. 변화에 적응하는 지도자가 없었더라면 프랑스는 지금 고유가로 더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이후에 세상은 너무 대량화와 획일화에 물들어 있다. 이제는 소량화와 다양성을 지향할 시대가 왔다. 자동차만이 절대강자의 교통수단이 될 수 없고 도보와 자전거가 다시 살아나고 철도의 르네상스가 일어나서 수송 분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기름 값 무서운 줄 모르고 도심을 폐허로 방치한 채, 신도시 개발에 주력했던 미국도 고유가 시대에 통근거리가 부담이 되어 교외지역 주택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럽은 20년 전에 ‘도심 U턴’이 이루어져 ‘이동거리 축소’에 혈안이 된지 이미 오래다.
그중 가장 심한 나라가 프랑스다. 파리 중심을 기준으로 동심원을 그려 교외까지 8개 존으로 구분하는 데 대중교통 요금이 1존이 가장 싸고 8존이 가장 비싸다. 집값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반비례한다. 도심지의 단칸방이 신도시의 방 3개짜리 아파트 보다 훨씬 값이 비싸다.
이제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갔다. 하나에서 열까지 소비패턴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 주택에서 빗물을 모으고 난방을 태양열과 전기로 바꾸고 에어컨을 끄고 땀을 흘리는 인내가 요구된다. 반짝하다가 중단되면 안 되고 지속적으로 절약습관이 계속되어야 한다. 모든 문제는 각기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이 꼭 있게 마련이다. 고유가 시대에는 ‘스펜서 존슨’이 말하는 “그 많던 풍요가 어디 갔을까?” 한탄만 하는 ‘헴'이 되기보다는 ‘또 다른 자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할 줄 아는 ‘허’가 되어야 한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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