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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심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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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심야버스

입력
2008.07.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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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 택시기사들이 수원 안산 안양 등을 외쳐댄다. 그리고 총알택시를 바라보며, 사람들의 긴 줄이 여러 개 나 있다. 남녀노소, 불콰한 얼굴로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탄다면, 최하 1,800원(버스가 집 근처에 설 경우), 최대 5,000원(버스에 내려서 또 택시를 탈 경우의 기본요금을 더하면)이 들 테다. 확실히 저렴하다. 입석에 걸리면 취한 몸으로 부대껴야 하는데, 새치기를 할 수도 없고 팔자겠다.

택시를 탄다면, 합승을 한다 해도 총알과 같은 속도 때문에 훨씬 빠르게 집앞까지 갈 수 있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시간과 거리에 따라서 만원, 만이천원, 만오천원이 든다. 결국 택시를 타느냐, 버스를 타느냐는 만원정도의 돈을 아끼느냐 마느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천원이 돈이냐는 세상이니 천원의 열배인 만원도 돈이라고 보기 어렵겠다.

하지만 막상 만원을 가지고 고민해보라. 얼마나 큰돈인지. 마지막 지하철을 탈까 말까 갈등하다가 한 잔 더 하고 온 이들은 기꺼이 몇 천원을 아끼려는 줄에 선다. 총알택시는 완전히 떡이 되도록 취하고도 일이만원 아껴보겠다고 사당역에서 중간 하차한 이들을 간신히 실어갈 뿐이다. 각양각색의 남녀노소가 뿜어내는 술냄새로 매캐한 심야버스, 승객들은 몇천원을 버는 중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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