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의 국적 차별 철폐와 재일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인권보호에 평생을 바쳐온 이인하 재일대한기독교회 가와사키(川崎) 교회 명예목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15분 간질성폐렴으로 도쿄(東京) 오타(大田)구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83세.
경북 구미 출신인 이 목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아편재배 감시인이던 아버지와 다툰 뒤 중학생 시절인 1941년 일본 교토(京都)에 단신 유학했다. 기독교인 일본인 영어교사의 영향을 받아 전후 일본과 캐나다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53년부터 목사활동을 시작했다.
59년 가나가와(神奈川) 가와사키 교회에 부임한 이 목사는 이 곳을 중심으로 선교와 함께 재일한국ㆍ조선인 취업차별, 일제강점기 군인ㆍ군속에 대한 원호법의 국적 조항 철폐 운동에 앞장섰다.
대표적인 것이 70년 ‘히타치(日立) 취업 차별 사건’이다. 재일동포 2세 박종석씨가 히타치제작소에 취업 직후 일본 국적을 갖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격 취소 통지를 받자 이 목사는 일본 기독교인과 손 잡고 히타치 불매운동 등을 벌이는 등 차별 철폐 운동에 나섰다. 4년 뒤 히타치는 입사 거부를 철회했고 법원도 입사 거부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80년대 일본내 외국인 지문 날인 철폐 운동에도 앞장 선 그는 중국, 브라질 등 일본내 외국인 유입 인구가 늘어나자 이들을 돕기 위해 가와사키시에 ‘후레아이관’이라는 복지시설을 짓고 사회복지법인 세큐사(靑丘社)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 첫 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에 이를 기념하는 민단과 조총련의 공동행사를 마련해 재일동포사회의 해묵은 갈등을 극복하는 민족화합운동에도 앞장섰다. 1991~2003년 ‘재일 전후보상을 요구하는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일본기독교협의회(JNCC) 의장을 지냈다.
저서로 ‘역사의 틈새를 살다’ 등이 있다. 고별식은 12일 오후2시 도쿄 신주쿠(新宿)구 와카미야초(若宮町) 재일대한기독교회 도쿄교회에서 열린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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